매일신문

공연리뷰-뮤지컬 '현해탄에 핀 매화'

10, 11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린 전통뮤지컬 '현해탄에 핀 매화'는 화려한 국악가락과 춤사위가 어우러진 장쾌한 무대였다. 50, 60대 장년 층뿐아니라 젊은 관객까지 이틀동안 1천300여명이 찾았다.

임진왜란 당시 전쟁포로로 끌려간 조선의 유학자가 일본 영주의 스승이 되고, 그의 가르침에 일본인들이 큰 감화를 받는다는 줄거리는 한.일 두 민족간의 화해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무대효과와 음향에서 서양 오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진주성 전투장면에서는 실제 공포탄이 화약연기와 함께 불을 뿜었고, 함성이 무대를 뒤 덮었다. 주인공 이진영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이 부른 창(唱)이나, 우아한 한국전통무용, 일본 부채춤은 '신창극(新昌劇)'의 매력을 십분 안겨줬다.

'도창'을 맡은 인간문화재 안숙선, 성창순씨는 중간중간 극 진행의 완급조절과 해설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몇몇 옥에 티도 있었다. 한글자막의 글자가 작아 알아보기 힘들었고 자막이 미처 대사를 따라가지 못한 실수도 있었다. 국내 배우들은이진영역과 미야자키역을 제외하곤 대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다.

1막 마지막 장면. 이진영과 아내 미야자키가 재회의 포옹을 나누는 장면에선 막이 내리려고 할 때야 비로소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와 김이 빠졌다. 객석을 탓하기보다 클라이막스를 공감하게 하는 음악적인 장치가 아쉬웠다.

2막에선 진영의 아들 매계가 일본인에 부모장(父母狀)을 설파하는 장면은 민족적인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법도를 지켜며, 겸손하여 사치하지 아니한다.

각기 맡은 바 직무에 힘 쓰고 정직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나니, 이는 누구나 잘 아는 일이지만 항상 경계하여 본으로 삼을 것이다". 조선의 선비정신과 일본 사무라이 무사도가 화해하는 장면이었다. 부모장은 실제 극의 무대가 된 화가산시의 시민교육헌장으로 채택돼 있다.

막이 내리고 객석에선 아낌없는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1막만 관람하고 자리를 뜬 빈 좌석이 많아 좋은 공연에 걸맞는 대구관객들의 애정이 아쉬웠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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