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통…축격 휩싸인 포르투갈

점심식사도 거른채 TV 앞에서 90여분간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던 포르투갈 국민은 16강 진출 실패를 선언하는 아르헨티나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입을 다문채 비통에 빠졌다.

리스본 근교의 한국대사관저에서 경기장면을 지켜본 집권 사민당 실력자인 루이스 마르크스 멘데스 정무장관은 상심에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오늘 포르투갈 국민은 매우 슬프다"며 짤막하게 소감을 피력했다.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일찌감치 파티 분위기에 들어간 시민들로 북적거릴 것으로 기대됐던 리스본 시내중심가는 공휴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물을 끼얹은듯 적막했다.

국영 RTP 방송 해설자는 전반 초반부터 한국팀이 강력한 기세로 몰아붙이자 '라피도'라는 표현을 수도 없이 사용하기 시작했다.축구팬들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포르투갈이 탈락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자 표정이 굳어졌다.

스포츠 전문방송의 한 여기자는 '심판의 판정이 포르투갈의 패배를 가져온 원인중의 하나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대11로싸워야 하는 수적 열세가 중요한 원인으로 본다"면서도 "경기 마지막 순간에 불운도 겹쳤다"고 답했다.

포르투갈 축구팬들은 이번 한국전 패배를 계기로 올리베이라 감독을 비롯한 지도부의 교체와 선수보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오는 2004년 포르투갈이 개최할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다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택시기사는 "전.후반을 줄기차게 달리는 한국선수들의 주력과 투지가 놀라우며 히딩크 감독이 큰 업적을 이뤄냈다"고평가하면서도 "포르투갈 패배의 책임은 올리베이라 감독과 그의 골키퍼 기용에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올리베이라 감독이 같은 지역 출신을 편애하는 바람에 실력이 떨어지는 골기퍼를 세경기에 모두 기용한 점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선수들도 자신들의 기량만을 믿고 16강 진출을 너무 낙관해 자만에 빠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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