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노동투사가 되기까지'.멕시코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밀입국해 들어온 마야(파일러 파딜러 분)는 언니 로사가 일하는 청소 용역회사에 취직한다. 중간관리자는 밀입국자인 마야를 취직시켜준 대신 한달치 급료를 가로채간다. 청소부 대다수가 남미 밀입국자인 이 회사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난 일이 필요해요". 늦게 출근한 청소부 아줌마가 울며 애원하지만 그 자리에서 해고당한다. 청소부들이 일하는 LA의 고층건물을 올려다보는 마야.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이 건물에서 청소부들은 유니폼속에 보이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남편이 당뇨병에 걸렸지만 의료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동생 마야를 취직시켜주기 위해 중간관리자에 몸까지 내주는 마야의 언니.
노조결성을 고용주에게 밀고한 자신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동생에게 "내가 배신자라고? 멕시코에 부모 형제에게 돈을 보내주기 위해로스앤젤레스에서 몸을 팔았어. 그때 누구 한 사람 내 안부를 물어본 적 있어?"라고 흐느낀다.
영화속 노동자들의 진솔한 삶은 보는 이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세계화된 지구촌에 거주하는 '상당수의 누군가'는 마야, 마야의 언니 혹은 유니폼속에 감금당한 청소부의 삶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빵과 장미'(감독 켄 로치)는 자본주의 시대 희망찾기에 관한 필름이다. '빵'은 생존을 의미하지만, '장미'는 사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존중받아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층마다 누르면서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골탕먹이는 게 더 재미있고, 동료의 학비를 위해 주유소 털기를 감행하는 마야는어디로 튈지 모르는 명랑소녀다.
회사의 횡포에 재기발랄로 맞서던 그녀는 용역회사 청소부 명단을 훔치러 들어왔다 경비원에게 쫓기던 노동운동가 샘(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을 대형쓰레기통에 숨겨주면서 투사로 변신한다. 샘은 마야와 동료들을 찾아와 청소부들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고 선동하고, 때묻은 세상을 향한유쾌한 반란에 앞장선다.
'빵과 장미'의 감독 켄 로치(66)는 '레이닝 스톤' '랜드 앤드 프리덤'으로 매년 칸 영화제가 러브콜을 보내는 영국의 좌파감독이다.노감독이지만 갖지못한 이들에 대한 젊고 따뜻한 시선, 위트는 싱싱하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네큐브(02-2002-7701), 시네마테크 부산(051-742-5377)에서 개봉중. 그러나 대구에선 외면받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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