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들이 한결같이 순수하고 착했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사명감이 높아 월드컵을 몸값 높이는 수단으로 여기는 유럽의 스타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손쉬운 팀을 격파하는 값싼 승리보다는 강력한 팀과 싸워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한 수 더 배우도록 하기 위해 선수들과 부딪치고 있다.
월드컵에서의 승리는 나도, 한국민들도 원하고 있지만 나는 이번 월드컵무대만을 위해 뛰는 게 아니고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팀으로 가는 길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월드컵 개막직전 히딩크가 그의 조국 네덜란드 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을 축약한 것이다.
▲5천만 한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히딩크의 진면목이 진솔하게 전해지면서 16강 달성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인고(忍苦)를 거쳤음을 새삼 엿볼 수 있다.
평가전의 부진이 겹치자 그의 별명을 오대영(5대0)으로 짓자거나 무리한 파워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그에 대한 강한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오히려 큰소리치며 응대해온 이유도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황선홍의 그림같은 논스톱 골로 폴란드를 무너뜨리고 안정환의 헤딩슛으로 미국을 넘겼으며 박지성의 묘기에 가까운 골로 FIFA 랭킹5위 포르투갈을 침몰시키면서 아예 집으로 보내버렸다.
▲미국언론조차 "한국덕에 미국은 뒷문으로 16강에 턱걸이했다"는 야유성 기사를 쓰게 만들었다. 이 원천은 다름 아닌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바로 그것이었다. 유럽을 훤히 꿰고 있는 그가 관찰해온 한국팀의 문제점은 체력의 한계,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과학적인 파워프로그램이었고 그게 적중한 것이다.
'필승 코리아'를 낳게한 보다더 근원적인건 이런 외적요인보다는 돈에만 혈안이 된 유럽프로선수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염증을 느낀 터에 국가관이 투철한 한국선수들의 순수함이 그를더욱 열정케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는 명예와 부(富)를 함께 거머쥐고 있지만 8강고지인 '이태리와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샴페인 터뜨리는 것도 뒤로 미뤘다.그는 서양의 합리주의와 동양의 온정주의를 절묘하게 버무려 창출해낸 히딩크 신드롬을 열광하는 5천만 한국민들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게 하고 있다.
시골학교 체육선생같은 수더분한 이미지의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흔들어대는, 조금은 촌스럽지만 믿음직한 그의 골 세리머니 액션을 이태리전에서도 보여줄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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