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한국증시의 랠리를 이끄는 초대형 호재가 되리라는 투자자들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에는 찬 바람만 불고 있다.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국내 증시는 월드컵 개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팀이 포르투갈을 꺾고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뒤의 첫 거래일인 17일 증시에서는 오히려 거래소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전날보다 12.85, 1.09 포인트 씩 하락했다. 거래소와 코스닥의 거래대금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전형적인 약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당초 증시 참여자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항공, 숙박, 여행업 등 관련주들이 테마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도 과거 월드컵 개최국들의 주가가 월드컵 개최 전 큰폭으로 상승한 전례를 들어가며 월드컵이 국내증시 상승의 대형 모멘텀이 되리라는 장밋빛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상황은 달랐다. 월드컵이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도 관련주들의 랠리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월드컵 수혜주로 언급됐던 일부 종목도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월드컵의 직접 효과 보다는 간접 효과인 국가 이미지·기업 브랜드 제고 등이 미칠 펀더멘털 변화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계량화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월드컵의 가시적 성과가 계량화된다 해도 기업내용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드컵이 오히려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LG투자증권 이덕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 신문 '머니투데이' 기고를 통해 "축구 관람 때문에 많은 공장과 사무실이 쉬면서 조업 일수 축소와 가동률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월드컵으로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축구의 성적이 좋아질수록 이러한 효과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월드컵이 소비 촉진 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항목은 주로 음식료 등과 관련된 '휘발성' 소비인데 반해 내구재 소비는 그만큼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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