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캐나다에 갔을 때 한 가지 보고 느낀 게 있다. 밴쿠버 교외의 숲과 해안가를 걷다가 의외로 많은 벤치가 놓여 있는 것을 알았는데, 그 벤치의 뒤에는 한결같이 작은 알루미늄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 내용은 노환으로 죽은 부모를 기념하거나 어린 나이에 죽은 자식의 영혼을위로하는 글, 또는 사별한 아내나 남편, 또는 벗들을 기리는 글들이었다.
결국 그 많은 벤치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을 기념하는 뜻에서 벤치를 구입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에 기증한 것이었다.
그런 벤치가 놓여 있는 장소가 홀로 된 부모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든가, 가족들이 가끔 모여 작은 야유회를 가졌던 장소였다거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장소였으리라는 추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기증한다고 하는 행위는 아직까지는 그리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기증문화는 거의가 다 힘들게 모은 많은 재산을 교육재단에 기부한다거나, 평소에 관심을 갖고 수집했던 골동품이나 예술적 명품들을 따로 소장할 박물관을 짓거나 기념관을 지어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에 국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그런 정도의 기증들만이 언론매체를 타고 알려지는 바람에, 우리 사회에서 기증은 여전히 예외적인 개인만이 할 수 있는, 다소간 남다른 결단으로 이해되기 일쑤다.
밴쿠버 시의 전역에서 내가 보았던 많은 기증 벤치는 나의 그런 고정 관념을 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추억하는 방식으로 특정 장소에 벤치 하나를 만들어 기증하는 행위는 비단 고인들을 추억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벤치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거기에 담긴 사랑의 뜻을 알게 될 것이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도 사회에 작은 무엇이라도 기증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개개인의 그런 작은 사랑의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해질 때, 기증문화는 더 이상 예외적인 행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경수 계명대 교수.문예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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