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승리하는 자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냉혈한 코치는 오직 승리만을 주문하여 채찍질을 가한다. 훈련에 시달리던 미식축구선수 조는 승부에 대한 중압감에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조는 출세를 위해 운동을 택한 동료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여 결승에까지 진출하나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다. 하지만 우승보다 더한 영예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진정한 승리자는 자신이 처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미식축구 소재 영화 '프로그램'은 1993년 개봉된 데이비드 워드 감독의 작품. 승리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코치와 우승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미식축구선수의 이야기로 젊은 관객의 대단한 호응을 얻어냈다.
한치 양보 없는 치열한 승부욕. 승리를 위한 사나이들의 단합과 희생. 호쾌한 승부세계. 미식축구 소재 영화는 한 해에 3, 4편씩 제작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인기다.
하지만 축구영화는 별로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S는 96년 월드컵 유치를 기념하여 '슈팅'을 제작, 방영했지만 큰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방성웅 감독의 '교도소월드컵'은 지난해 5월에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짝·짝~ 짝·짝·짝". 지금 대한민국국민은 월드컵 열기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강 진출에 따른 감격 때문이다. 덧붙여 거리문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국채보상공원,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대구 MBC 광장. 광화문과 대학로…. 전국이 붉은 색으로 물들여지고 태극패션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카니발'이고 '축제'다. 카니발은 서로 이질적인 주체들이 모여 다성적인 목소리를 발산하는 것. 서커스와 유원지의 요소를 결합시켜 '유쾌한 상대성'을 표현하는 광장문화다.
농경민족인 우리에게도 익숙한 나르시시즘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마당의 난장을 잃어버렸다. 축제가 선심행정의 표본이나 단체장 정치홍보의 장으로 변질되어 수백억원의 예산만을 축내는 곳도 있다. '거리의 공해'로 전락한 축제도 부지기수다.
월드컵은 여기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분출구다. 축제의 원형을 찾고자하는 몸부림이다. 시민들이 집보다 거리에서 TV를 시청하고 밤을 세워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건 이 때문이다. 광장에 여성이 더 많은 이유도 상처받은 감성의 극복을 위한 몸부림이다. 월드컵은 축구와 함께 축제를 되살린 셈이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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