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 한글표기법 마저 바꾸어 버린 월드컵.한국 축구가 '카테나치오'의 세계 최강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피말리는 연장전 끝에 골든골로 물리치는 순간 세계도, 우리 모두도 억누르기 힘든 전율을 느꼈다. 패배 일보 직전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구어 낸 값진 승리였기에 더욱 그랬다.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승리였던 것이다. 마치 그들은 한국을 얕잡아보는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전사들 같았고, 기대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낸 멋진 창조자였다. TV가 있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벅찬 환호성을 질러 대며 엄청난 열기로 승리의 감격을 맛 본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날로 성장하는 한국 축구를 통해 그동안 적대이념으로 채색되었던 붉은 색의 이미지를 환희와 희망으로, 또 동원과 통제에 익숙해 있던 문화양식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그리고 권위적 국가주의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마저 자발적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바꾸어 버린 느낌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 축제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에 대해 놀라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경이롭다. 어쩌면 우리는 자조와 비하에 젖은 열등의식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넘쳐 나는 자신감에 가슴 벅차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국가주의', '일탈'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일회성을 넘어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지 않을까. 세계 역사에서 축구가 정치, 경제, 국민 정서와 만나는 것을 경험했지 않는가.
다만,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변화의 토양을 튼튼히 해야겠다. 그 토양은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구성하는 데 있음이다. 축제의 열기를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시켜 내는 실천력이 있어야겠다.
김일수 영남대 강사.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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