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 앞으로, 좌현은 뒤로".8명이 탄 고무보트가 급류를 따라 요동친다. 키잡이를 맡은 가이드의 주문도 그에 따라 쉴새없이 쏟아진다.
배 위에서'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보트는 격랑을 이기려는 듯 바위에 부딪치고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제자리서 맴돌기도 한다. 파도는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정없이 튀겨대던 물살이 조용해진다 싶을 때, '아!' 마음속으로 또 다른 비명을 내지른다. 어느 순간 산과 강,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는 한 폭 수채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희열을 맛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붉은 악마'가 되어 보낸 6월. 도심 속 대형화면 앞에서, 집안의 TV 앞에서 느꼈던 환희와 감동을 래프팅으로 이어가보자. 급류를 헤쳐나가는 짜릿한 스릴은 월드컵 첫 승, 16강 진출에 못지 않은 쾌감이 있다.
래프팅은 여러 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급류를 헤치며 바위 등 장애물을 극복해가는 레포츠.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다같이 노를 저어 보트를 전후좌우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그만이다. 초보자라도 30분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스릴을 즐길 수 있다. 혹 수영을 전혀 못하는 '맥주병'이라면? 괜찮다.
구명조끼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이다. 노련한 가이드가 동승하므로 대개 6세 이상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용기를 키워주는 데도 적격이다.
국내에서 래프팅을 즐길 만한 장소로는 영월 동강, 인제 내린천, 한탄강이 대표적인 곳이다. 동강은 물살이 급하지 않고 완만해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
특히 군데군데 뛰어난 비경은 덤이다. 내린천과 한탄강은 급경사가 많아 전문가들이 자주 찾는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너무 멀어 당일치기로는 일정이 너무 빡빡한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경남 산청 경호강으로 눈을 돌려볼 일이다. 경호강은 남부지방에 단 하나뿐인 래프팅 명소.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물결이 심하게 휘돌아 흐르는사행천이라 스릴을 맛보기에는 안성맞춤.
도중에 희뿌옇게 구름에 가려지는 지리산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경호강 래프팅의 특권이다.경호강 래프팅은 4~10월까지 즐길 수 있지만 6~8월이 성수기다. 계곡의 물이 불어나는 장마철이나 그 직후면 금상첨화.
6월 중순의 경호강은 강물이 부족해 아쉽다. 코스가 짧아 물결이 요동치고 바위에 부딪치는 스릴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그렇다고 재미가덜한 것은 아니다.
코스가 조금 짧아질 뿐 다른 이벤트가 많아서 3시간동안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팀을 정해 8명씩 자리를 잡자마자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싸움부터 시작된다. 물싸움엔아이고 어른이고 구분이 없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동심의 세계다.
그렇게 물에 흠뻑 젖고 나서야 시작하는 래프팅은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금방 친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타이타닉, 좌우로 흔들어 뒤집기, 밀어내기, 상대방 팀원 빠뜨리기 등 래프팅 도중 심심찮게 이루어지는 게임도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한번 경험한 사람들이면 스릴과 박진감을 잊지 못해 매년 찾아오는 단골이 된다. 래프팅 비용은 코스와 기간에 따라 다양하다.
경호강 래프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모아레벤트(053-425-4534)에서는 9월 중순까지 당일코스와 1박2일 코스 등으로 나눠 테마별 상품을 내놓았다. 당일의 경우 왕복교통.식사.래프팅 체험.가이드비.안전보험료를 포함해 개인당 3만8천원선. 인터넷 회원과 단체는 할인해준다. 경호강 현지에도 10여개의 업체가 영업중이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경호강 가는 길
대구에서 88고속도로(광주.거창 방면)를 타고 가다 함양IC에서 대진(대전∼진주)고속도로 진주.생초 방면으로 갈아 탄뒤 산청IC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산청IC에서 200m쯤 나와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뒤 바로 좌회전,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300m를 직진하면 대형 할인마트와 주유소가 있는 네거리(좌회전하면 산청군청)가 나온다. 네거리서 우회전하면 현지의 래프팅 업체가 군데군데 발길을 잡는다. 산청자동차운전학원을 지나 다리를 건너 바로 좌회전하면 산청 경호강 선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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