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은 무엇일까? 동북아를 호령하고 홍익인간의 높은 정신문화를 가진 위대한 민족일까, 아니면 소아적이어서개개인은 똑똑해도 모이면 붕당을 지어 분열되고 서로 헐뜯는 치졸한 반도족일까.
역사 교과서와 우리가 살아온 현실을 보면 호쾌하고 의연한 군자적 모습보다 사대(事大)와 자기 비하, 붕당과 분열이 두드러져 소아적이라는 후자의 견해가 우리 자화상은 아닐까?
엘리트 직장인을 포함한 30, 40대 중산층 고급인력들이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접고 이 사회를 떠나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소위 이민 열풍이다.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근저에는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지도자들의 부패와 비리, 반이성과 단견에 대한 절망과 역겨움을 견딜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버리고 떠나가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 우리민족은 치졸하고 소아적이며저급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필승 코리아'의 외침
미국에서 활동하던 어느 목사가 한국사회의 영적 성장에 기여해야겠다는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귀국하여 열심히 활동하다가 6개월만에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한국 사회를 구원할 방법은 없다. 구원의 희망도 없다'란 말을 남기고….
진정 우리에게 위대한 역사와 문화가 있었던가? 그것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이라도 지녔던가? '한국, 한국인이 정말 싫다'며 떠나는 이민자들의 한탄처럼 이 땅에서 공동체적 일체감의 상실과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 빚어낸 패배주위와 냉소주의에 기반을 둔 배타적 개인주의가 우리의 행동원칙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예로부터 중흥의 기틀을 다진 위대한 지도자들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이끌고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나갈 행동원칙을 세우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리스 지도자들은 철학에, 로마의 지도자들은 법률에, 유대인 지도자들은 종교에 바탕을 두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이끌어갈 행동원칙을 만들었고그것들을 통하여 민족을 중흥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배타적 개인주의와 현세주의에 그들이 이끌어갈 행동원칙을 떠맡겨 버렸다. 정치 지도자들은말할 것도 없고 영적 성장을 이끌 종교지도자들도 제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정치지도자는 부패와 비리를 통하여 배타적 개인주의의 사회적 토양을 만들었고, 종교지도자는 기복신앙을 방조함으로써 현세적 개인주의의 영신적 토양을 조장하였다.
민족적 자긍심 표출
우리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 이것이 우리의 진면목이고 우리는 그정도밖에 안되는 민족일까? 학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지도자의 수준은곧 국민의 수준이라고.
잘못된 국민이 잘못된 지도자를 뽑았고, 잘못된 지도자가 잘못된 국민과 함께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둘 다 책임이 있다고. 그럴듯한 양비론(兩非論)이다. 이런 양비론은 '우리는 못난 민족'이라는 그릇된 자화상을 심어주고 민족성을 들먹이며 한민족은 어쩔 수 없다는 자괴와 절망감을낳게했다.
그러나 언뜻 언뜻 보이는 위대한 역사 속의 흔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도 관찰되는 당당한 한국인의 기개(氣槪)는 어디서 온단 말인가? 어리석은 지도자의 잘못으로 초래된 IMF라는 국가부도 사태를 자기 존엄성을 지키면서 최단기간에 위대하게 극복한 국민적 저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런 의문들을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풀었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400여만명이 경기장과 거리에서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응원한 월드컵 경기에서 나는 국민적 응집력과 통합력을 보았다. 감격과 열정으로 하나가 된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의 외침! 그것은 장엄한 카타르시스, 감동으로 충만된 환희의 굿판만이 아니다.
붕당을 만들고 소아적이고 분열적인 민족성을 가졌다는 자기 폄하를 은연중에 심어준 이 나라의 못난 지성인들에 대한 장엄한 국민적 항변이며 패배주의와 배타적 이기주의에 휩싸인 이 나라 지도층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자존심을 고취시킨 엄숙한 자기선언이었다. 왜곡되고 축소되고 감추어져 무의식화된 민족의 웅대함이 의식화된 자기 치료적인 거룩한 시간이었다.
신(新)자유주의가 불러온 소외, 분열과 경쟁으로 치닫는 세계의 위기를구원할 수 있는 위대한 한국 정신을 세계에 보여주는 희망의 시간이었다. 한국이 싫다며 떠나가는 이민열풍의 우리사회에서 참으로 오래간만에젊은이들의 자긍심에 넘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이여, 종교지도자들이여! 이처럼 위대한 한국 국민의 역량과 폭발적 에너지를 민족 비상(飛翔)과 세계구원의 원동력으로 지혜롭게 이끌어 가길 바랍니다.
이상도(계명대의대 교수.신경정신과)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