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엄창석(42)이 지난 주말 중편소설 '오래된 전쟁'을 탈고했다.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이 중편은 오리발내(부용동)라는 네거리를 가상공간으로 한 삶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일제때인 193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이르지만 중심 화제는1960년대에 집중된다. 네거리란 공간의 시대적인변천을 통해본 인간 욕망의 부침이랄까.
작가는 대립적인 두인물을 내세워 삶의 일상적인 전투성을 그리고자 했다. 사진관과 옷가게를 하던 두 인물이 같은 업종인 금은방을 각각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상권과 영역다툼. 작가는 그것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충돌의 결말이 허무와 도피로 귀착되는데는 '참으로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외형적인 공존과 평화란우호의 결과가 아닌 경쟁의 결과라는 것이다.
작가는 그래서 자본주의의 숨은 모순을 폭로한 소설집 '황금색 발톱'에 이어 '삶의 열쇠'를 찾기위한 방황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털어놓는다. 이번 중편은 그러나 기존의 작품과 비교할때 무거움은 다소 완화된 느낌이다.
서사구조도 좀더 보편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존 통념에 대한 의심이라든가 세상과 삶에 대한 반성적 사유란 작가의 일관된 주제의식은 여전하다. 엄창석의 이번 중편 탈고는 그의 작업실의 이전과도 문학적으로 맞물려있다.
작가는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에서 대구시내 범어성당 맞은편의 허름한 아파트로 작업실을 옮긴지 2개월쯤 된다. '오래된 전쟁'의 공간이 대구시내변두리의 어느 사거리를 떠올릴 수 있듯, 도시공간 속에서의 작품 마무리라는 의미가 바로 이같은 생동감있는 현실과의 밀착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중편 탈고에 이어, 올가을 출간될 예정인 600매 분량의 경장편 집필에 들어갔다. 멀티(Multi) 아이디(ID)를 지니고 사는사이버 시대의 인격을 대변하듯, 실종된 친구의 삶에 편승하고 그 인격을 대리하려는 한 여인의 삶을 형상화한다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긴 문학적 공백에도 불구 시류와 동떨어진 서사와 담론을 고집해 오고 있는 작가에게 이번 여름 무더위쯤은 안중에도 없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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