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치러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특유의 활력을 찾아 보기가 어려웠다.
경기 전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벤치에서 보여준 굳은 표정은 모처럼 선발로 출장시킨 차두리, 이천수 등 어린 선수들에 대한 염려 같아 보였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히딩크 감독의 얼굴엔 그늘이 떠나지 않았다. 벤치 기둥에 기대 팔짱을 낀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히딩크 감독은 거의 움직임이 없이 경기만 지켜보는 듯 했다.
그러나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의 매서운 공격이 독일 수비진을 위협하자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황선홍이 상대 공격 진영에서 파울을 저질렀지만 히딩크 감독은 '잘하고 있다. 더 몰아 붙여라'는 뜻으로 손신호를 보냈다. 여유를 찾은 히딩크 감독은 비스듬히 기대서서 핌 페어벡 코치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잠시 후 벤치를 벗어나 터치라인 근방으로 가려던 히딩크 감독은 방송 중계팀의 케이블이 발에 걸리자 '이게 뭐야'하면서 발로 헤집고 나와 관중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후반 들어 히딩크 감독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체력이 바닥난 한국 선수들이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며 독일에게 잇따라 센터링을 허용하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터치라인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격정어린 몸짓은 없었다.
터치아웃이 되자 빠른 몸놀림으로 스로우인을 받으라는 손신호를 보냈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상대할 때와 달리 의외로 차분했다.
홍명보를 빼고 설기현을 투입하면서 빠른 말투로 작전을 지시한 히딩크 감독은 결연한 표정으로 동점골을 주문하는 듯 했다.
인저리 타임 때 독일 선수가 쓰러져 일어나지 않자 부심에게 다가가 "왜 이리 시간을 끄느냐"며 항의를 한 히딩크 감독은 결국 경기가 패배로 끝나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적장 루디 푀일러 감독과 포옹에 이은 축하 인사를 나눈 히딩크 감독은 경기 내내 잊었던 엷은 미소로 '4강 신화'를 이룬 선수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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