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바른 영재교육

요즘 학부모들은 예전에 비해 유난히 자녀의 영재성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자녀가 뛰어난 분야를 찾아 발전시켜 주고 싶은 건 부모들의 변함없는 욕심이겠지만, 요즘은 좀 별나다 싶을 정도여서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정작 부모들이 바라는 건 영재가 아니라 수재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영재(英才)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 못했던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조품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잘 외우고 찾아내 정확하게 답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재(秀才)와는 다르다.

영재가 인류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면서도 가족이나 삶의 여유 등을 떠나 고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수재는 높은 자기 성취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차이다.

지난달 영재교육원에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 가운데도 '수재'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보통 부모들의 입장에선 학교 공부를 빨리 이해하고 오래 기억해서 문제를 잘 풀어내는, 그래서 일류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잡아 잘 사는 자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인류에 대한 공헌이란 거창한 명분도 좋지만 우선 자신이 잘 살고 난 후에 가능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재교육을 시키려는 많은 학부모들이 경시대회 입상을 먼저 얘기하는 건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리란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옳은 의미의 영재교육은 경시대회 유형의 문제를 풀어주는 수재교육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지능을 바탕으로 과제에 대한 집착력을 갖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모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영재교육'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학부모들을 미혹시키는 건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정형화된 문제를 빨리 풀어내 자신의 학년보다 몇 년 앞서가는 이른바 '속진(速進)'을 강조한다. 부모들은 그런 자녀를 대견스레 보겠지만, 장래로 보면 학년에 맞는 적절한 공부에 관심을 잃게 해 일탈의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우선 자녀를 잘 살펴보자. 수학을 예로 보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흥미가 높아지다가 5, 6학년이 되면 떨어지고, 중학교 1학년이 되면 되살아났다가 이후로는 하향 곡선을 그린다.

시기에 적절한 자극과 계기를 마련해주지 못하면 하향을 멈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자녀가 여러 분야에서 성장곡선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살폈다면 이제 자녀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가자.

스스로 사고 싶어하는 책이 있을 것이다. 어른의 판단을 근거로 먼저 권하지 말되 사고 싶어하는 책은 부모가 우선 읽어본 뒤 맘껏 사게 하자. 영재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길은 풍부한 독서다.

남승인(대구교대 영재교육원 수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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