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말에 나는 매력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가끔은 자기 PR 시대인 현대사회에선 꿈과 야망이 없는 맥빠진 모습일수도 있고 자칫 동양 철학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현실도피적이고 무위도식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자연의 한 일부분으로 찰나적인 시간을 살다가 사라져 가는 티끌같은 존재로서의 내 모습 그대로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의외로 쉽게 많은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변함없이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 조용히 많은 일을 해 치우는 자연의 과묵한 성실성을 그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그 흐름 속의 한 부분으로 조용히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끝없이 생동하는 자연의 힘과 열정을 그대로 내 생활 속에 담아낼 수도 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 받아온 가족과 사회의 요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뭔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자신의 욕망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보다 쉽게 자신의 일에 성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투지 않고 꾸미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 하는 자연의 소박한 자부심을 배울 수 있다면 마치 개나리 꽃이 애써 장미꽃보다 예뻐지려고 하지 않듯이 보다 자연스럽게 자기다움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낙엽이 재역활을 다하고 조용히 질 때 같이 자연스럽게 인생의 황혼까지도 겸허히 받아 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시우(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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