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군 민원실 직원 농아 체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습니다".

경북도내 시.군의 민원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28명은 27일 오후 구룡포 바닷가를 2시간 넘게 거닐며 '무언(無言)체험'이란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말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이 이같은 체험에 나선 것은 농아인이 시.군 등 각 기관에 들를 경우 제대로 수화교육을 받은 직원이 없어 느끼는 답답함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날 체험은 경북도가 농아인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기 위해 포항 구룡포 청소년수련원에서 시.군 민원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4일부터 5일간 실시한 민원 관련 수화교실의 한 과정으로 도입됐다.

매년 한차례씩 이뤄지는 이 교육은 올해 7회째로 경북농아인협회가 위탁교육을 해주고 있다.

농아인들과 함께 구룡포 바닷가를 거닐며 두시간 동안 무언(無言) 체험시간을 가진 공무원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자유롭게 듣고 말할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또 "돌아가면 수화공부를 더하며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새로 다졌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 97년 전국 처음으로 '민원안내 공무원 사랑의 수화교실'을 도입한 뒤 지금까지 166명에게 수화교육을 실시했는데 경산시 이순영(37)씨는 5번이나 참가, 통역사 시험에 도전해도 될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1월 교육을 받고 돌아간 공무원과 농아인들이 현지에서 나눈 생생하고 훈훈한 흔적들을 담은 '작은 정성으로 영그는 보람' 이라는 체험 사례집을 발간, 정부와 전국 지자체 및 농아인단체에 나눠주기도 했다.

경북도 석현하 총무과장은 "앞으로 수화안내 도우미를 점차 읍.면.동사무소까지 확대 배치해 민원상담은 물론 가정.직장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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