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챔피언,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월드컵도 가고, 공허한 마음. 영화로나 달래볼까.링 위에서 생을 마감한 복서의 삶을 그린 한국영화 '챔피언'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8일 동시에 개봉됐다.

◇챔피언

권투는 '투혼'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다. '맞는 것인지, 때리는 것인지', 윗통을 벗어젖힌 두 사내가 목숨걸고 사각의 링에서 피를 튀긴다. 하여 어느 복서가 죽었다 한들 하등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내의 삶이 한번쯤 궁금하지 않은가.

영화 '챔피언'은 82년 미국에서 WBA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레이 붐붐 맨시니와 일전을 벌였다가 숨진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일대기를 다뤘다.지난해 '친구'의 곽경택 감독-유오성 주연 콤비가 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는 링 바닥에 쓰러진 김득구를 비추다 10여년전 강원도 고향 바닷가 모래밭에 누워 챔피언의 꿈을 꾸던 한 소년으로 되돌아간다. "세상에 권투만큼 정직한 게 어디있어?"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자란 김득구(유오성 분)는 무작정 상경해 갖은 고생을 겪다가 우연히 복싱 경기 포스터를 보고 체육관의 문을 두드린다. 몸뚱이 하나로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일 중에 복싱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챔피언'은 김득구를 통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한 젊은이의 꿈과 눈물, 사랑을 담았다. 거기에다 80년대 명동거리를 옮겨놓은 듯한세트와 유오성의 '바가지머리', 줄무늬 츄리닝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꼭 이기고 돌아올께".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가 진정한 챔피언임을 영화는 소리죽여 비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시골로 이사가는 게 못마땅한 한 10세짜리 소녀 '치히로'. 이상한 터널로 들어간 가족들은 뜻밖에 폐허가 된 놀이 공원을 만나면서기이한 일들을 겪는다.그곳은 바로 '정령의 세계'였던 것. 엄마, 아빠는 호기심에 들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어느 음식점에 차려진 음식들을 먹고 돼지로 변한다."자, 이제 어떡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올해 베를린영화제가 '금곰상'을 안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자연주의적인 사상과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해가 저물자 마을은 정령들로 넘친다. 마녀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장에선 웨이터인 개구리, 석탄을 나르는 '숯검댕이'들과 여섯 개의팔을 가진 '가마할아범' 등 종업원들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온천장은 신들의 휴식처. 치히로는 인간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 마을에 머물고, 목욕탕보조원으로 온천장에 취직한다.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고 '센'이라는 새 이름을 준다. 평화로운 온천장에는 치히로가 오고 나서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악취를 풍기는 오물신이 찾아오는가 하면, '얼굴없는 요괴'가 금을 만들어내 종업원들을 현혹한다.

어느날 치히로는 자신을 보살펴주던 '하쿠'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죽음의 기차에 오른다. 치히로는 부모님의 마법을 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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