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꿈은 이루어진다

기다리던 영화 '챔피언'의 개봉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너무 어렸을 때여서 직접 경험한 기억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닌데 들어서 알게된 이름과 사연 때문일까 영화제작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무작정 영화의 개봉이 기대되고 기다려졌던 데에는 요즘은 찾아보기어렵게 되버린, 가슴에 다 품지 못할 만큼 큰 꿈을 키우는 사람의 도전과 삶을 만나고 싶은 나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조심스레 나의 꿈을 적어보았던 경험 이후로 어른이 되고부터는 때때로 화가의 일기나 훌륭한 인물의 자서전을읽으며 타인이 꿈꾸었던 세상을 만져보고 느끼는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 고작이었다. 거창한 것이든 아니든, 그것이 가능한 것이든아니든 누군가 꿈을 가지고 그것을 키우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지난 화요일 독일과의 준결승전 경기가 벌어졌던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엔 멀리 하늘에서도 뚜렸이 보일 만큼 큰 글자로'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구가 새겨졌었다. 월드컵 출전 후 처음으로 결승진출이라는 아직은 가슴에 품기 이른 듯한 우리의 소망을 대담하게 드러내보인 글귀였다.

아직까지 전 세계인으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백년 전, 화가들이 모여 함께 그림을 그리고 생활하는 화가들의 마을을, 세상을 간절하게 꿈꾸었었다. 비록 그의 꿈은 시작 두달여 만에 끝이나고 그 충격으로 얼마가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가 꿈꾸고 가슴속에 품었던 세상에 대한 열망은 그의 작품 곳곳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태평양 너머 먼 타국에서 경기 중 끝내 일어나지 못했던 김득구가 가졌던 꿈과 도전은 이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영상으로나마 다시 살아 돌아오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무언가 한가지 이루고자 하는 꿈은 가슴속에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삶에 지칠 때마다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꿈을 꺼내 만져보기도 하고 또 새로운 용기를 얻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슴속에 품고 있는 꿈이 단지 현실의 위로가 되거나 옛 추억정도로 자리한다면 세상 누구도 꿈을 현실로 바꾸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단지 꾸어보는 꿈이 아니라 '이루어진다'는 확실한 가정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김득구도, 반 고흐도, 상암경기장에 새겨졌던 우리의 꿈도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꿈은 현실이 된다는 이들의 아름다운확신은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삶 속에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술평론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