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시즘은 인류가 남아있는 한 예술의 원천으로 존재할 것이다'. 시인.극작가 장 콕토의 말이다. 사이버섹스나 성에 대한 새로운 테크놀러지가 쏟아진다 하더라도, 눈이 주는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보다는, 상징적이고 은유적 표현이 더욱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시각적 쾌감을 표현하는데는 역시 미술이 최상의 도구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누가 그림속의 즐거움을 훔쳤을까?(스테디북 펴냄)'라는 쇼킹한 미술책을 쓴 괴짜 화가 이혁발씨. 그는 자신을 포함해 섹스(포르노그래피)를 주제로 한 40여 작가의 작품을 싣고, 외국 도색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지저분한 이야기를 덧붙여 놓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이 많아 얼핏 품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 화가들의 그림은 왜 이렇지!" "피카소 마티스 달리의 작품을 한번도 보지 않았나?" "은유와 상징성, 풍자가 너무 부족해….철학적 기반이 없는 탓일까?" 등등.
근데 이혁발씨의 답변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르노가 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르노가 자유화되면 적나라한 표현이 갖는 공격적 의미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90년대 (일부) 화가들은 다양한 성행위와 육체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인간 해방자, 인체탐미자, 몸철학자의 역할을 했다"며 자신들의 포르노 작업에 대한 찬사까지 덧붙이고 있다.
요즘 포르노그래피를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들이 꽤 생겨났다. 비록 아직까지 젊은 층이거나 화단의 아웃사이더지만, 괜찮은 작업 성과를 보여주는 이도 있다.
지난해말 개인전을 연 지역의 30대 초반 작가는 아주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다. 남녀 신체의 변용이나 도색잡지, 인터넷 이미지 등을 이용하는 그는 기발한 상상력과 과감한 표현력으로 주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포르노 때문에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몇년간 인터넷을 통해 3만장의 이미지를 다운받았을 정도다. 그는 그 방면에 취미(?)가 있을뿐, 건전하고 똑바른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작가다.
이런 작가들은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적지만, 인터넷 세대의 성장과 함께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사회의 개방화, 다양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아니겠는가.
70,8 0년대 미국에서 키치(싸구려.사이비)작품이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갔듯…. '예술가는 성욕구불만자들이며, 그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을 한다'는 농담(?)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시대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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