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포연없는 전쟁터였다. 김천 297㎜, 상주 221㎜ 등 평균 118㎜의 빗줄기가 쏟아진 경북지역에서는 사망·실종 30명, 중상 1명의 인명피해가 났는데 김천에서만 21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경북도는 2일 751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는데 피해 조사가 본격화되면 피해 규모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대구는 2억8천6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인명피해 31명, 이재민 6천200여명
김천시 황금동 속칭 약물내기 마을에서만 김영우(58)씨 등 주민 6명이 산사태로 매몰돼 숨졌다. 또 대덕면 4명, 부항면 3명 등 김천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무려 21명에 이르렀다. 영천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하천 물에 휩쓸려 김재용(78·북안면 신촌리)씨가 숨졌으며, 경주·청도·구미·상주 등지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번 태풍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 중 60대 이상 노인은 16명. 황톳물로 뒤덮인 논·밭에서 무리하게 물빼기 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변을 당한 사람이 많았다.
김천에서는 직지천과 감천이 범람하면서 저지대 주민 2천400여명(940가구)이 긴급 대피했으며 성주 1천400여명(621가구), 영양 600여명(207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도내 곳곳에서 2천400여가구 6천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작물 1천여㏊ 침수
경북에서는 농작물 1천31㏊가 침수되고, 도로·교량 7곳과 하천 13곳 등이 유실 또는 매몰됐으며 주택 1천53동이 물에 잠겨 751억원(잠정)의 재산 피해를 냈다.
영양읍 현리에서는 반변천 둑이 무너져 인삼밭 6천500평 등 양평들 전체 40여㏊가 침수됐다.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선 수박 시설하우스와 과수원 등 수천평이 자갈과 진흙밭으로 변했고 울진·경주 등지에서도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의성 다인면 봉정리에서는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양계장이 물에 잠겨 닭 1천3천여마리가 폐사하는 등 가축 피해도 속출했다.
◇국도·지방도 10여곳 통제
김천을 지나는 3번·4번·30번국도와 시도 곳곳이 침수되거나 교량이 유실돼 통행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1일 밤까지 울릉을 포함한 경북지역에서는 도로 11곳이 산사태와 침수로 인해 교통이 통제됐다.
또 경부선(상행선·김천 지좌동)의 감천철로 교각 13개 중 2개가 유실됐고, 영동선(봉화 석포면 승부리) 8km 구간은 철로노반이 유실됐으며 경북선(상주 지천동~상주역) 3km 구간은 철로 침수로 접근이 통제됐다.
하천 범람으로 영양군 석보면 원리 911호 지방도 200여m가 완전 유실됐고, 석보면과 수비면 곳곳에서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가 도로를 가로 막았다.
◇식수와 전기·가스 중단
김천지역은 황금·지례정수장에 빗물과 하수가 유입되면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수돗물이 제대로 나오려면 5~6일이 걸릴 예정이다.
또 영양의 2천700여가구에 2일 오전까지 물이 공급되지 않아 소방차가 긴급 동원됐다. 울진 서면의 삼근1·2리와 광회리 200여가구에도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려면 1주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밖에 태풍 피해가 컸던 도내 곳곳에는 전기와 가스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전화마저 불통돼 고립된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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