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문화운동의 개념을 바꾸자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달을 보고 울부짖는 늑대소리, 숲속의 서기로운 아침을 여는 작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음악회에 가보셨습니까. 그것도 전자음으로 낸 음향효과가 아니라 합창 단원들이 오랜 연습을 통하여 직접 낸 소리를 말입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대구시여성회관 레이디스코러스(단장 이용녀, 지휘자 이재준)가 오는 9월5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릴 세계합창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을 기념하는 후원음악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몇가지 면에서 깜짝 놀랐다.

첫째는 이 합창단이 서드 스테이지(세번째 무대) 첫번째 곡으로 올린 카나다 원주민의 노래 '믹맥 부족의 노래'(아담스 작곡)을 들으면서였다. 이 합창단원들이 카나다 동부지역에서 땅을 어머니로 여기며 사는 믹맥부족이 어둠과 위험이 도사린 밤을 지나 희망의 아침을 여는 모습을 갖가지 숲속의 소리를 곁들여 거의 완벽하게 연주하자 감탄을 마지 않았다.

물론 단원들은 노래보다 훨씬 어려운 자연음을 연주하기 위해 몸살을 앓으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노래도 아닌데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따라준 단원들의 근성은어떤 면으로는 프로를 뛰어넘는 것이다.

둘째는 이 후원음악회의 진행방식이다. 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합창운동은 대부분 스테이지 위에서 노래만 연주하거나 간단한 율동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 음악회에서는 달랐다. 후원음악회라는 특성을 살려서 합창단원들이 무대 뿐만 아니라 청중석에도 배치돼, 친밀한 무대를 연출했는가하면 지휘자 출연자(첼리스트 박경숙, 테너 최덕술) 들이 곡해설을 곁들이며 청중들의 이해를 섬세하게 도왔다.

셋째는 지난 92년에 창단돼 지난 10년동안 여러가지 어려움과 갈등을 딛고 이 합창단이 일궈낸 성과에 대해서이다. 누가 알아주지는않지만 작은 소리, 아름다운 마음을 꾸준히 모아온 결과 지난해 불가리아세계합창제에서 2개부문 대상 거머쥐었고,올해 스페인세계합창페스티벌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초청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스페인7개도시 순회연주를 마치고, 마지막날 합동콘서트를 갖게 될 대구레이디스코러스가 음악으로 대구의 문화이미지를 심어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는 이 여성합창단이 유지되도록 정열을 쏟는 이용녀단장과 지휘자 이재준씨를 밀어주는 음악사랑 대구모임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않을까하는 것이다. 이용녀 단장은 큼직한 연습공간을 마련해준 것은 물론 이 합창단 운영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은 문화운동의 절대적 지원자이다.

음악사랑 대구모임도 음악회 티켓을 사주는가하면, 공연현장에 나와서 여성합창운동이 계속되도록 힘을 불어넣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은 적지않다. 다른 많은 합창단에게도 이런 지원과 관심이 주어진다면 대구를 합창의 도시로 만드는 길도 멀지않다.

최미화 문화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