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제15호 태풍 '루사'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실의에 빠진 나머지 홧김에 방화나 자살을 기도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또 수해복구에 지원되는 인력 및 장비에 대해 자신의 마을에 우선 지원해달라며 항의하는 등 잇따른 재해로 인해 농촌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3일 0시30분쯤 안동시 수상동 대구~안동간 4차로 국도에서 김모(49)씨가 경운기를 몰고 역주행하고 있는 것을 순찰중이던 경찰이 발견, 차량을 통제해 대형사고를 막았다. 김씨는 "빚을 내 지은 고추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삶의 희망이 없어졌다"며 "지나가는 차에 받혀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5시10분쯤엔 상주 모동면사무소 앞에서 서모(34)씨가 면사무소에 불을 지르려다 출동한 경찰에 입건됐다. 서씨는 이웃 주민 김모(46)씨 등 4명과 함께 면사무소를 찾아가 "마을 진입로가 태풍에 유실돼 포도 출하를 못한다"며 복구장비 우선 지원을 요구하다 시비가 붙어 홧김에 불을 지르려 했다는 것.
안동 길안면에선 수해관련 항의가 잇따라 주민과 행정당국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길안면 묵계리 길안상수도 수원지 앞 국도 35호선 200m가 유실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매년 수해가 되풀이되는 구간으로 부실공사와 땜질 수해대책의 전형"이라고 성토하자 영주국도유지건설사무소측은 "해당 구간이 저지대인 탓에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또 수해복구 지원인력 투입과 관련, 면사무소측이 시설물 복구 우선원칙을 내세워 농작물 복구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자 주민들은 "수확직전 사과나무가 모조리 쓰러졌는데 행정당국은 안중에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구장비가 늑장 지원된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집중폭우로 불어난 송하천 물길에 휩쓸려 마을 진입로인 지방도 917호 10여㎞가 완전 유실된 영양 수비면 죽파리 주민 20여명은 2일 영양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 주민은 수비면 송하리~죽파리간 비포장 지방도가 끊기고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전화도 불통되는 등 고립지경에 빠졌는데도 군청이 응급복구에 필요한 굴삭기 등 장비지원을 늦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일 마을 수해현장을 방문했던 도의원과 면장이 주민들에게 멱살잡이를 당하는 등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군청은 긴급히 안동지역에서 임대한 대형 굴삭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상주 박동식.안동 정경구.권동순.영양.엄재진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