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북부동맹에 투항한 1천명에 가까운 탈레반 포로들이 밀폐된 화물 컨테이너에 실려 수송되던 중 질식해 숨졌다는 최근 뉴스위크의 보도가 나온 뒤, 이같은 '전쟁범죄' 행위의 실상을 밝히고 주모자가 누구이며 미국이 어느 정도 관련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단체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의 현 집권세력인 북부동맹 지도자들은 쫓겨난 탈레반에 못지 않게 '전범' 개념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를 조사할 의사가 있다 해도 강력한 중앙정부나 사법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오리무중이다.
지난 달 31일 몇몇 기자들이 북부동맹 전 지휘관의 안내로 다슈테레일리에 있는 문제의 매장지를 찾았을 때도 아직까지 이 곳 모래 벌판에는 사람의 뼈와 머리카락 뭉치, 옷가지들이 흩어진 채 방치돼 있었고 기자들은 치아가 그대로 붙어있는 턱뼈와 미군용 플라스틱 수갑 등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
북부동맹군이 운영하는 탈레반 수용소에서 차편으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시베르간 마을 외곽의 간선도로변에 있는 이 매장지로 기자들을 안내한 '타헤르'라는 이름의 이 전직 지휘관은 매장된 포로중 대부분은 붙잡히기 전 교전 과정에서 부상해 그로 인해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 목격자들은 붙잡힌 탈레반 포로들이 환기구가 없는 철제 화물컨테이너에 짐짝처럼 포개져 시베르간까지 나흘에 걸쳐 사막을 지나 실려오는 동안 질식해 숨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유엔은 지난 1일 진상조사단을 파견해 당시 탈레반 병사들을 붙잡은 북부동맹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과 면담하겠다고 밝혔다.
도스툼은 수사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자신의 휘하 병사들이 포로들을 숨지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스툼에게 충성하는 타헤르는 자신이 지난해 6명의 병사를 시켜 100여구의 탈레반 포로 사체를 매장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시체들을 갖고 웬 소란이냐. 최소한 묻어주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따라서 정확한 사망자 수나 그들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지난 봄 유엔과 미국의 인권의사회 공동조사팀은 다슈테레일리의 매장지를 표본조사하면서 15구의 사체를 발굴해 내고 이들의 사인이 질식임을 밝혀냈다. 조사팀은 이 집단매장지에 200~300구의 사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최근 뉴스위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체가 집단 매장됐을 것이라는 유엔 비밀 보고서와 증언들을 입수, 약 960명의 포로가 수송중 질식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은 증인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고 아프간 내각도 재원 부족과 수사를 담당할 마땅한 부처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하메드 파힘 국방장관은 아예 그같은 집단 매장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