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에 수송로 끊겨 야채류값 폭등세

잇단 폭우와 태풍으로 시장터에서 채소가 사라졌다. 김치공장들은 배추를 구하지 못해 조업을 중단하거나 단축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때아닌 김치파동이 불어닥치고 있다.

5일부터 김천 수재민 돕기에 나선 포스코는 포항의 대형 유통업체에 수재민에게 전달할 배추·무김치 각 2천500포기를 주문, 무김치는 대구에서 구했으나 배추 김치는 끝내 구하지 못했다.

이날 포항농협 채소공판장의 배추 위판량은 28t. 예년 이맘때 비하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다. 1포기 가격은 2천900원. 작년 이맘때의 2배다. 그러나 이는 경매가격이고 포항서 싸다고 소문난 한 대형 소매점의 통배추 1포기 값은 4천750원이었다. "차라리 금덩이를 녹여 먹는게 더 낫겠다"는 주부들의 푸념이 넘쳐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오이·부추 등 야채라고 이름붙은 것은 모두 사정이 마찬가지다. 특히 상추는 작년 이맘때 4kg짜리 1상자에 1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6만원에 육박했다.공판장 손진희씨는 "값도 값이지만 품질이 워낙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제대로 된 김치 1포기 담그려면 1만원은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김치로 수요가 몰리면서 김치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한달 사이 야채가격 변동폭을 보면 지난달 3일 포항지역 모할인매장의 대파(1단), 통배추, 무1개, 상추1단 가격은 각각 800원과 2천250원, 1천320원, 2천350원이었다. 그러나 폭우가 그친 15일에는 각 1천50원, 3천300원, 1천500원, 4천500원이 됐다. 태풍 루사가 전국을 할퀴고 지나간 다음날인 지난 3일에는 거의 모든 채소류 값이 한달전에 비해 2배나 올랐다.

농협이나 할인매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했다. 요즘 소비시장에 나오는 야채류는 대부분 태백·삼척·정선·평창 등 강원지역 고랭지산인데 이번 태풍으로 길이 끊겨 정상출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정선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신정숙(36·여)씨는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가 못 쓰게 된 것은 할수 없지만 성한 것도 실어 나를 재간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물가는 더욱 올라 물류대란이 물가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낙과피해가 큰 과실류도 채소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비바람을 맞아 수확물량이 없거나 그나마 남은 것은 수송로가 끊겨 버린 것.

게다가 태풍 이후 육지의 쓰레기가 연안바다 뱃길을 막아 여수·목포·통영·거제·가덕도 등 남해안 황금어장 연안어민들은 출어조차 못하면서 수산물 시장도 비었다. 육로와 해로를 빨리 열지 못하면 추석을 전후해 물가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상인들의 태산같은 걱정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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