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지역경제와 전시컨벤션 산업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Daegu)에서 열린 2002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가 얼마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비롯해 선진기업의 제품 전시회가 곁들여진 이번 대회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국제적인 디스플레이 분야의 행사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올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대중교통과 참관객 규모 등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운영능력과 홍보 등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외 바이어 등으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대구국제광학전(DIOPS)과 함께 장차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컨벤션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요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월드컵을 통해 고양된 국가 브랜드를 살려 전시컨벤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시컨벤션 산업은 무공해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호텔, 관광, 항공, 물류 등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며,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국가와 기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바이어의 주문에 의해 생산.수출하는 산업구조에서 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디자인한 제품을 바이어에게 직접 수출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미국,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세제혜택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통해 전시컨벤션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뮌헨의 일렉트로니카 등 국제 전시회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전시컨벤션 산업이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선진국들은 지역특성을 살린 경쟁력있는 전문 전시컨벤션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태리의 밀라노를 비롯하여 꼬모와 비엘라는 실크와 모직으로, 프랑스의 리용은 직물로 그 지역산업과 연계된 전시컨벤션 산업을 육성해 세계 섬유와 패션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이미 월드컵을 개최한 경험이 있고 섬유.광학.기계 등의 특화된 지역산업과 불국사와 같은 세계적인 문화관광 상품, 국제공항과 같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으로 있어 전시컨벤션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전시컨벤션 산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육성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종합적인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전시컨벤션 산업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전략이 요구되며, 아울러 다발적인 접근보다는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독일과 같은 전시컨벤션 산업 선진국에 대한 세밀한 벤치마킹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섬유.광학 등과 같이 지역산업과 연계된 중점 육성대상의 전시회를 선정하여 이를 지역을 대표하는 전문 전시회로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 이 전문 전시회를 대표 브랜드화시키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집중하고, 대대적인 캠페인과 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시 관련업체 육성 등 전시컨벤션 산업의 개최역량을 높여야 한다. 국제회의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습득하기 위한 전담조직과 시스템을 구성하여 전시회 및 컨벤션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유치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시 및 국제회의 기획업체, 장치업 등 다양한 관련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전시컨벤션 전문가를 유치하고 육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시회, 국제회의를 기획 운영하고 홍보, 마케팅 등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해외 전문가의 영입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전시컨벤션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홍보 및 세제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호텔, 교통, 식음료 등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 관광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제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도시가 그랬던 것처럼 전시컨벤션 산업을 통해 대구.경북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김순택(삼성SDI 사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