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화두(話頭)로 삼아 개혁을 추진해온 한국 경제가 해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장기침체를 겪고있는 일본과 속사정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한국이 '잃어버린 10년'도 모자라 '잃어버릴 10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일본병(病)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 미래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은 6일 '일본 경제 장기침체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90년대 초부터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이유를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낡은 경제 패러다임·산업의 이중구조·신기술 중심으로의 산업재편 부진·대내외 직접투자의 불균형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같은 증후군(症候群)이 한국 경제에도 그대로 표출되고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는 일본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계기로 광범위하게 개혁을 추진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가 세계28위로 일본보다 낮다는 사실은 의미있게 받아들여야한다. 한국이 비록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세계화·정보화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의 수준이 형편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신기술산업의 경우, 정보통신사업을 제외한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등 후속 신기술 개발이 크게뒤져있다. 선진국은 신기술 연구개발투자 가운데 80% 이상을 후속 신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40%에 불과해 미래 산업투자에 소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액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밖에 안돼 중국(32.1%), 말레이시아(6.8%) 등보다 낮아 생산기반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일본의 경기침체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바람에 시중에 부동(浮動)자금이 넘쳐나 부동산 가격 폭등 같은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거품'이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포퓰리즘(대중인기주의)이 만연, 정책조차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곧 위기를 예고하는 지표가 아닌가. 한국경제 전반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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