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며 성묘, 벌초가 다 뭡니까. 수해복구도 태산같은데..."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경북 수해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 다가 오는 추석이 두렵고 원망스러울 뿐이다. 수해복구 진척이 없는데다 파괴된 주택 또한 자력복구는 엄두조차낼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피땀흘려 지은 농사는 뻘과 돌에 파묻혀 추석 햇밥은 고사하고 겨울걱정이 앞서고 있다.
복구에 일손을 뺏기느라 당장 조상산소 벌초와 성묘조차 못할 형편. 도내 곳곳에서 교통이 두절되고 접근조차 힘든데다 일부 산소는 유실피해까지 입은 터여서 더욱 그렇다.김천시 구성면의 김갑령(86) 할아버지는 "매년 이맘때면 가까운 친척끼리 벌초에 나섰는데 올해는 수해로 교통이 끊겨 벌초를 포기했다"며 "조상뵐 면목이 없다"고 한숨쉬었다.
김천시 황금동의 김재훈(32)씨는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벌초에 나설 계획을 세웠으나 뜻하지 않는 수해를 입어 벌초를 포기했다"며 "수해복구가 끝나야 조상산소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해복구에 매달린 김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추석도 아예 형집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수해를 원망했다.
그나마 이들의 형편은 괜찮은 편. 수해로 집마저 잃은 주민들은 오 갈데 없어 밤이면 온가족들이 면사무소나 친구집을 떠돌며 밤을 지새고 일부 수해민들은 자녀들을 친척집으로 보내는 등 이산가족들도 적지않다.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리 문장근(37)씨도 "한밤중에 강물에 침수된지 30분만에 집이 무너져 내려 몸만 간신히 빠져나와자녀는 친척집에 보내고 아내와 면사무소 2층에서 잠을 잔다"고 말하고 "벌초는 아예 입밖에 낼수도 없는 처지"라며 마른 하늘만 쳐다봤다.
상가와 집 150여평을 물에 떠내려 보낸 김외술(47.김천 구성면)씨는 "아예 산소 벌초와 추석 이야기는 꺼낼 형편조차 아니다"면서 다가올 겨울을 먼저 걱정했다.
강석옥.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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