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전세난 연중무휴

가을 이사·결혼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불어닥치고 있다. 아파트나 빌라의 전세는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고 간혹 나오는 원룸이나 단독주택 등도 높은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으며 결혼식 날짜를 집구하기에 맞추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전세난을 이용,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어 서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정모(29·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씨는 지난달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4천만원의 은행대출 부담을 안고 9천여만원에 27평형 아파트를 매입, 신혼살림을 꾸리기로 했다. 정씨는 지난 5월부터 20평형대 전세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대구시내를 훑다시피 했지만 결국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

정씨는 "30군데가 넘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녔지만 전세물량 자체가 없었다"며 "수천만원의 빚까지 내 집을 샀지만 신혼의 단꿈도 꿔보기전에 대출금 갚을 걱정에 한숨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김모씨(31·수성구 지산동)씨는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지난 6월부터 아파트 전세를 구하러 다녀봤지만 전세물량이 언제쯤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는 아예 결혼식 날짜를 집을 구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30평 연립주택을 4천만원에 전세들어 사는 박모(41·서구 평리동)씨는 최근 전세금을 1천만원 깎아주는 대신 매달 20만원의 월세를 내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감당치 못해 계약이 끝나는 10월 부모님 집으로 이사키로 했다. 박씨는 "지나치게 높은 월세를 요구해 다른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대부분 사정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같은 '전세 구하기 전쟁'으로 인해 대구시내 대부분의 중개업소에는 연일 "전세가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고 있고 대단위 아파트단지 중개사 사무실에는 업소당 20~30명씩의 예약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더구나 전셋집 수요는 많은데 물건은 안나오다 보니 일부 중개업소들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서민들은 또한번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다.

김모씨는 "중개업소에서 아파트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더니 이미 10여명의 대기자들이 몰려 있었다"며 "순서에 관계없이 수수료를 많이 주겠다는 사람에게 전셋집이 돌아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동대 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IMF때 공사를 중단했던 아파트업체들이 최근 분양에 들어갔지만 입주까지는 적어도 2, 3년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전세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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