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서 문화로'라는 주제를 내건 '부산비엔날레2002'가 15일 개막됐다.이번 비엔날레에는 11월 17일까지 현대미술전 부산조각프로젝트 바다미술제 등 3개의 독립적인 전시행사와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부산시와 부산미술계가 '광주비엔날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미술행사 개최'라는 모토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발한 행사인 만큼, 문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대미술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전은 35개국 69작품 122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메인행사. '도시'라는 부주제에 맞춰 현대미술의 흐름을 통해 부산을 발견하고 더 잘보기 위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미술관 입구에는 프랑스 작가 베르트랑 라비에가 폭 3m, 길이 100m의 고속도를 만들어 놓았고, 1층 현관에는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엘리치가 높이 7.5m의 3층탑을 세워 관객을 맞는다.
2층 로비에는 프랑스의 안&파트릭 푸와리에 부부가 거울 방을 만들어놓고 서울과 부산에서 모은 각종 건축모형들을 배치한 '드림시티'와 일본의 시마부쿠는 한국의 민화에 등장하는 유머스런 호랑이를 대형 쿠션으로 제작, 관객이 올라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광주비엔날레에서 '댄스홀'로 인기를 끌었던 정연두씨의 작품, 미술관 주변 주민들에게 독특한 색깔의 화분을 나눠주고 이를 매개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박용석씨의 작품 등도 눈길을 끌었다.
지역출신 작가로는 도장, 디지털프린트로 주먹 무기 탱크 등을 표현, 폭력과 전쟁, 약육강식의 메시지를 주는 황인숙(34)씨, 데드마스크와 불두(佛頭)로 삶과 죽음, 실존과 부재 등을 표현하는 김영진(54)씨 등 2명이고, 건축가 이현재(55)씨가 종합적인 디자인 감독으로 참가했다.
전체적으로 눈에 띌만한 대형작품은 없지만, 기존 관념을 뒤집고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관객들이 쉽게 보고 즐길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 특징.
▨부산조각프로젝트
부산을 세계적인 조각도시로 꾸미기 위한 프로젝트. 17일부터 아시아드 주경기장 주변 아시아드조각광장과 시립미술관 앞 올림픽기념동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10개국 27명의 작가가 참가한다. 당초 15일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잦은 비와 공사차질 등으로 개막이 지연사태를 빚고 있다.
아시아드 조각광장에는 일본조각의 대표주자 노부오 세키네의 '대지와 하늘의 대화'를 중심으로 17점이 전시된다. 세키네의 작품은 10m 길이의 H빔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자연석이 밑에서 치솟아 오르는 분수의 물줄기를 받쳐내는 형상으로 장엄한 느낌을 준다. 올림픽기념동산에는 여류 철조각가 김원경씨의 작품과 분단의 이미지와 이를 넘어서는 개념을 표현한 독일의 안드레아스 킬린 작품 등 10점이 전시된다.
▨바다미술제
30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개막되는 바다미술제는 바닷가를 활용해 이뤄지는 독특한 미술행사. 10개국 19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초대작품과 공모전을 통해 뽑힌 작품 20점이 전시된다. 사람의 배꼽위에 양귀비꽃이 피어나는 형태로 제작한 카를로스 블랑코(콜롬비아)의 작품과 철로 만든 소파를 바다에 놓아두는 도태근씨의 작품 등이 인기를 모을 것 같다.
▨평가와 전망
이번 비엔날레는 전체적으로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에 치중한 듯한 인상이다. 관객들에게는 괜찮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지만, 부산아시안게임의 부대행사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예산과 규모는 적지만 광주비엔날레에 못지 않은 국제적인 미술축제가 될 것"이라 장담해왔지만, 전시내용과 주최측의 마인드 면에서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메인행사인 현대미술전에 6억3천만원만 배정하고, 장식적인 성격이 짙은 조각프로젝트에 23억원을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 미술계인사는 "현대미술전을 제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5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국내외 참가작가들에게 작품제작비, 운반보험 등을 한푼도 지원하지 않은채 '무료봉사'를 요구하는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주최측은 관람객 100만명과 입장수입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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