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대선과 월드컵 감동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출간한 에세이집에서 그는 "정치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예술이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듯이 정치도 잘만하면 국민에게 자유와 행복과 정의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J의 이 말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펼칠 때 그 나라 국민들은 비로소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 될 수 있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최절정의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비견되는 것으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뛰어난 정치가와 동시대를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위대한 지도자와 함께 한 그 시대를 태평성대라 하지 않았던가. DJ 집권 후 우리의 정치는 과연 예술처럼 감동적이었는지는 국민들이 평가할 일이다.

즐거움 주는 예술 정치

16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을 채 남겨놓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예술가의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몇몇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지난번 선거에서처럼 또다시 성군(聖君)의 이미지를 이들 후보군에 오버랩 시켜본다.

우리 시대에 맞는 리드십의 소유자는 누구이며, 새로운 대선 후보들에 의해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가 실현될 것인지를 궁금해하며 또 한번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모두가 심사숙고하고 있다. 정치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정치로 인해 더 이상의 갈등과 반목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정치가 예술이라는 것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감동처럼 국민들에게 감동의 전율이 와 닿아야 한다. 감동은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며 상대에게 믿음을 안겨 주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받게된 것은 감동을 전해 줄 순수성을 잃은 탓이요, 국민을 주인으로 보지 않는 오만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6월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고 간 월드컵 축구 4강 진출의 신화에서 교훈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지역과 이념, 세대간의 갈등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월드컵 신화 창조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정치적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의 리드십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히딩크 신드롬으로 잘 알려진 그의 철학은 간단명료하다. 목표에 충실할 수 있는 순수성이 전부다. 오로지 16강 진출을 위해 전념을 다했다. 선수선발이나 훈련과정 등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목표에 맞는 합리성만을 적용했다. 학연, 지연과 같은 어떠한 외부간섭도 배제하고 실력 위주로 선수를 기용했다.

그에겐 어느 선수이건 친소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만이 기준이었다. 그 기준은 체력과 기량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팀 운영의 투명성을 지켜왔다. 그의 투명성은 부정과 의혹이 개입할 여지를 애초부터 없앴다.

또 한가지 신화 창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태극전사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다. 그들은 나라와 국민의 영광을 위해 힘든 고통의 과정을 감내했다. 훈련과정이나 시합에서도 오로지 관중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것이다.

합리성.투명함 바탕돼야

이제 대통령 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국민들은 월드컵 신화 창조 때 느꼈던 감동을 정치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비방하고 헐뜯는다해도 그것이 자신들의 선택 기준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깊은 감동의 물결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진실로 절정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수준 있는 정치가 실현되길 바라고 있다.

순수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아는 정치인만이 새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히딩크의 고국 네덜란드는 세계적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나라이다. 잘 알다시피 마약판매가 허용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인정되는 공개적인 사회가 네덜란드이다. 무엇이든 합리성과 과학적 근거만 있으면 합법이 허용되는 나라이다.

히딩크는 그의 조국에서 배워온 습성대로 합리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경영을 했다. 그것이 이처럼 대한민국을 감동시키고 그가 영웅이 될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이제 월드컵 4강 신화 창출을 경험한 온 국민들의 감성이 과거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해 있음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정구(경북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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