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善心性' 늘어난 균형 예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고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 보전용 국채(國債) 발행을 중단, 나라 살림을 위해 더 이상 빚을 내지 않겠다는 발상은 건전 재정의 기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 정권이 약속한 '2003년 균형예산'이라는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현실과 괴리된 예산안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먼저 세수원이 줄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예산을 고집하다보니 결국 국민에게 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쥐어짜기'식 조세행정을 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년 세수(稅收)를 10%나 높이는 바람에 국민 1인당 세금이 300만원을 넘어서고조세부담률은 22.6%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게 됐다. 국민은 연전히 '봉'인 셈이다.

특히 실질 경제성장률을 6%, 물가상승률을 2~3%로 전망, 이를 세입 예산의 토대로 잡은 것은 내년 경제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당장 미·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다.국내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만연하고 있어 내년도 경제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따라서 세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균형예산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와 잠재 성장을 위한 예산 규모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지식기반시대의 핵심인정보화 사업부문 예산은 4.4% 증가에 그쳤고 올해 16.1% 증가한 과학기술부문에는 고작 6.1% 증가에 그쳐 사실상 크게 감소시킨 것은 의문이다. 게다가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되레 8.5%나 줄어들었다니 "미래 대비 투자를 확충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무원의 인건비를 5.5% 올려 대기업 수준에 근접시키고 사회복지부문 예산을 9.3% 늘린 것은 비록 '생산적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선거를 앞둔 '선심성'예산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균형예산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 살포를 통한 내수진작으로 경기활성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돈줄을 죌 경우 발생할 엄청난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정치논리에 매달린다면 그야말로 주객전도요,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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