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독백이 몇 세기를 뛰어넘어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햄릿이 겪는 원초적인 내면의 갈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투쟁과 갈등의식'이 관객의 현재감정을 확인하여주고 미래의 갈등을 예측케 하여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탓이다. 또 있다. 갈등의 원형을 이루는 생존경쟁을 통해 자신의 삶에 투쟁의식을 지닐 수 있어서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심리적 욕구 중 하나인 '투쟁과 갈등의식'은 영화나 드라마의 기조로 이용되어 자주 대중의 욕구를 자극해왔다.특히 할리우드에서는 '성적욕구'보다 더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장르가 '갱스터 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갱스터 물'은 폭력적 행동을 주된 자극제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도시에서 벌이는 출세과정과 암투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 어두운 비극적 이야기가 동정심을 일으키고 사나이 의리라는 장식, 한 순간에 상류계급(?)진입이라는 호쾌한 결론이 상업적 반응을 얻는 데 유리하다.
"나…다음에 '야인시대'의 김두한역을 맡을지 몰라". 5년 전 '용의 눈물'이 한창일 때 유동근이 사석에서 필자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다. 당시 1997년은 IMF시기.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여 오픈 세트가 필요하고 야외촬영이 많은 '야인시대'의 제작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캐스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야인은 제도권 밖의 인물을 말하는 것인데 대부분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야인 김두한도 마찬가진데…. 5·16 군사혁명과 함께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정신병자가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죠. 그를 통해 우리시대의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바른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작가 이환경은 이미 우리에게 '용의 눈물''태조 왕건'의 작가로 낯설지 않다. 필자가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43.3%로 3주연속 주간 1위인 이유를 묻자 "시류를 잘 읽은 것 같고 운도 작용했고…하지만 100부작에서 1회도 넘기지 않을 겁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갱스터 물'의 제작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1930년대. 당시는 경제대공황과 함께 사회가 가장 혼란스러운 때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르의 드라마가 연속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가슴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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