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군납 고추비리 주범 허씨는 누구

청송 진보농협 군납고추 비리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뒤 인도네시아로 달아난 허모(37)씨의 행적을 지난 2년간 청송에서 군납 고추를 거래하며 접촉했던 관계자들을 통해 더듬어 본다.

허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달성군 구지면이지만 실제 거주지는 진주시 평거동이며 키는 160㎝를 조금 넘고 무술 유단자로 40년전부터 대구 칠성시장과 안동 옥야시장 등에서 고추 장사를 하던 아버지(사망)와 어머니에게 장사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작년 고추군납 사업을 위해 청송군 진보면에 나타났고 처음에는 사업대상자를 영양농협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영양농협이 자체 브랜드로 고추판매사업에 주력함에 따라 현지서 원료(군납)고추를 쉽게 확보하지 못하자 진보농협을 택한다.

여기에는 진보농협 판매과장 이모(41.구속)씨가 적극 도왔고 허씨는 재작년 진보면 신촌리에서 진보농협이 임대해 준 300평 규모의 창고를 확보, 진보농협을 창구로 고추군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허씨의 고추군납사업 행태는 엄청난 차익을 보기 위해 해골초와 먹을 수 없는 썩은 고추, 중국산 고추를 섞어 고춧가루로 가공하거나 건고추 상태로 군납하는 사기였음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소문이 조금씩 나돌면서 주민들과 진보농협 일부 조합원들이 청송고추 이미지를 해친다면 문제 삼으려 하자 허씨는 지난해 진보에서 진보청결 고춧가루 공장(법인)을 설립, 농협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개인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농협과의 공동사업은 계속됐고 문제를 제기하는 농협관계자나 주민들에게는 돈을 주거나 자기공장과 작업장에 취업시키는 방법으로 무마하며 연 200억원대의 고추군납사업을 했다.

또 자신의 농협 거래처를 지속하려 지난해말 이들 조합의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조합장이나 당선 유력 후보에 1억~3억원씩의 선거자금을 뿌렸고 도내 한 농협장에게는 조합장의 개인땅 171평을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차례나 최고급 승용차를 바꿔 탔던 허씨는 자기에게 우호적인 농협직원들이나 거래 담당자들에게는 고급술집을 드나들며 하루 술값으로 500만원 이상을 쓰기도 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이와 달리 2, 3만원 일당 인부들에게는 임금도 미룰 정도였던 허씨는 고추군납사업배경에 대해 군복무 당시 인연을 맺은 군 고위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며 대구와 포항지역 등 전국의 폭력배들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고 자랑했다는 것이 주위의 증언이다.

실제 허씨는 인부들과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자 이들 폭력배들을 청송 진보로 불러 들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역에서는 '막강한 배경과 돈있는 잘 나가는 젊은 사업가'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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