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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 수나-최면수사에 한가닥 희망

개구리소년 사건 수사본부가 '최면수사'라는 특이한 방법에 한가닥이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11년이나 세월이 흐름으로써 당시 제보자들의 기억이 거의 희미해져 제보 재점검조차 어려워졌기 때문.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몇가지 성공 사례=최면수사는 범죄 현장에 뚜렷한 증거가 없이 오로지 목격자나 피해자만 존재할 때 그들의 희미한 기억을 최대한 복원, 사건 해결 단서를 얻으려는 것이다.

미국 LA 경찰국 경우 미제 사건의 60%를 최면기법을 써 해결할 정도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최면을 이용한 심문 기법이 보편화돼 있다고 전문가들이 전했다.

국내에서는 1997년 대한법최면수사학회 박희관 회장이 뺑소니차 목격자에게 최면을 걸어 차 번호를 알아낸 사례가 있다. 이 기법은 그 후인 199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해 공식 채택됐으며, 성폭행사건 피해자나 뺑소니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사용됐고 성과를 올린 사례도 적잖다.

지난해 3월 대구 대명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손모(44)씨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정모(27)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사건 발생 두 달만에 검거됐다. 목격자가 차 번호를 또렷이 되기억해 냈던 것. 지난해 12월 달서구 장기동 기업은행 엽총 강도사건 때도 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 요원들이 범인에게 돈을 담아 줬던 은행 직원 등 2명에게 최면을 걸어 범인의 윤곽을 알아냈다. 30세 전후, 키 170cm 정도에 통통하고 배가 나왔으며 굵은 목소리에 경상도 말씨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국립과학수사연수소 함근수 범죄분석실장은 "최면수사는 범인을 검거하는 것보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회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사건도 성과 있을까?=대한법최면수사학회 박희관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는 최면수사가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격 시점으로부터 1년 이상 시간이 경과하면 세월이 지날수록 최면수사 효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는 것. 또 최면수사가 효과를 거두려면 당시 상황이 목격자에게 매우 의미있는 일로 기억됐거나 특별한 이벤트.에피소드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

박 회장은 "오래된 사건이었지만 5.18 광주 민주항쟁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최면수사 기법이 쓰인 적이 있다"며, "특별한 경험이 없는 개구리소년 목격자들 경우 최면수사로 당시 기억을 어느 정도 되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과수 함근수 실장은 "시간이 많이 흘러 왜곡.망각된 기억도 최면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특성, 수사 방향, 최면을 걸 때의 주변 분위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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