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올 것이 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16일 미 국무부가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전격 발표함으로써 한반도에 또 다시 핵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활동을 감지하고 한국에 통보해준 것이 꽤 오래 전의 일이라고 보았을 때, 이번에 미국이 세계를 향해 '북한 핵개발'을 폭로(?)한 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북핵 유무와 관련하여 양쪽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남북화해에 걸림돌이 되게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것이 지배적이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햇볕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통일을 외치는 일부 시민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필자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핵개발 여부는 핵보유 동기, 기술적·경제적 능력, 핵시설의 무기제조 적합성, 투발수단 보유 등 네 가지 기준에 의거하여 판단해야 하며, 북한의 경우 이 기준들이 모두 충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법정논리를 안보에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제 이 모든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6·29 서해교전에 대해 신속한 유감표명을 한 이후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남북대화 재개, 경의선 연결공사 착공, 북일 정상회담, 신의주 특구 기본법 발표, 아시안게임 참여 등 현란한 움직임들은 "북한이 드디어 변화를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북한은 평화적 제스처를 보일 때면 늘 뒷전에서는 딴일(?)을 벌이곤 했었다.

북한은 남북한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금강산댐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척시켰고,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이하여 축제무드에 젖어있던 2001년 6월 집중적으로 남한의 북방한계선과 영해를 위반하고 "김정일 장군이 개척한 항로"를 주장했었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은 남한이 북한을 포용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동안 북한이 뒷전에서 핵보유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에 공표함으로써 남북한과 일본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한의 핵개발이 밝혀짐에 따라 새로이 부상한 긴박한 정책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국이 당장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하고 경수로 공사를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투입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과 북한이 강경대치에 들어갈 경우 한국의 대북 화해정책은 어떻게 되는가. 북일수교가 늦어지고 북한의 경제회복이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이것이 한반도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물론 이런 문제들에 대한 처방을 구하기 위해서는 좀더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중인지 아니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대로 이미 수 개의 핵탄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북한이 어떤 수준의 어떤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엄청난 호의를 베풀고 있을 때 북한이 뒷전에서 가공할 대량살상무기들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고가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남북 화해와 협력은 추구되어야 하겠지만 함박웃음 뒤에 감추어진 흉계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 것만이 북한과 화해하는 길이라는 논리는 곤란하다. 한미공조도 그렇다. 미국에게 대북대화를 종용하는 것만이 양국간 정책조율의 전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현실적 인식이 필요하다. "남북한이 잘 되어가는 중에 미국이 찬물을 끼얹었다"라는 식의 운동권식 시각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것 자체가 '일괄타결'을 희망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수교협상에 앞서 일본인 납치를 시인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일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차제에 세계가 보는데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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