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시인이 국제사회에 일파만파를 던지고 있다. 일본은 핵 개발 포기가 북·일(北·日) 국교 정상화의 전제임을 시사했고, EU는 경수로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초대 주북(駐北)대사의 파견 연기를, 캐나다는 아시아·태평양담당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유보적 입장인 중(中)·러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모종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판이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엉거주춤하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한 향후 대책 제시는 고사하고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항의 한마디 없이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그 정도로 이번 사태가 한가하다는 말인가.
북한은 이번 핵 개발 시인을 통해 또 한번 장사판을 벌이고 있다. 지난 94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 한반도 핵 위기를 조성한 뒤 큰 이문을 챙겼다. '서울 불바다' 운운의 위협과 함께 핵 개발 포기를 대가로 에너지·기름·식량 등 수십 억 달러를 챙겼다.
소위 대북 경수로사업을 얻어낸 것이다. 이번에는 핵뿐 아니라 미사일·재래식 군사력 배치 등을 상품으로 내놓고 한판 흥정(빅딜)을 벌이고 있다. 극동 지역 안보 현안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연계시키려는 계산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의 체제보장이라는 덤도 따라붙는다.
이 같은 내력을 보면 우리는 늘 재주 곰 노릇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말하면 돈 주고 뺨 맞는 격이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상호주의 관행의 정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대북 정책에 대한 비전 없이 당근만 제공하는 유화(宥和)노선으로는 매번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외교적 일방주의는 우리뿐 아니라 북한의 입지도 어렵게 만든다. 2010계획과 맥을 같이하는 북한의 빅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북외교에서 바보가 돼버린 남한으로서는 도와줄 명분마저 잃어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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