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헤라클래스 후손

헤라클레스 없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얘기할 수 없다. 그는 보통 키의 남성이지만 가장 탐스러운 남성 근육을 가진 영웅이다. 제우스가 이 천하의 영웅을 얻기 위해 '알크메네'와 평소보다 세 배나 긴 밤을 지냈다고 하니 출생부터가 범상찮은 인물이다. 그는 탄탄한 근육을바탕으로 외부의 도움없이 혼자 힘으로 그 험난한 '12노역(勞役)'을 완수했는데 이 점이 바로 현대 남성을 사로잡는 매력이다. 머리 100개로알려진 물뱀 '히드라'는 물론 미케네를 황폐화시키는 사자를 완력으로 때려잡았다.

▲금남(禁男)의 왕국인 아마존의 여왕을 굴복시키고, 명계(冥界)에까지 내려가 지하세계를 지키는 괴물을 끌고오는 장면은 아무리 신화지만 잠시 미몽에 빠질 정도로 진동하는 남성미를 풍긴다. 과학의 발달에다 정보·지식화 사회의 '늪'에 빠져 갈수록 남성이 위축되고 있는 오늘날, 헤라클레스가 그야말로 신화적 존재로 대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도 남성은 살아있다'며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고있는 마초(macho)들의영원한 고향도 바로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 신드롬'에 젖어 오늘도 헬스 클럽을 찾는 현대 남성들은 불쌍한 헤라클레스의 후손들이다.

▲가슴 근육을 탄력있게 보이도록 하는 수술이 미국 남성들 사이에 인기라고 한다. 외모지상주의인 '루키즘'이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유방확대술이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남성이라고 해서 몸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남성 수술에는 여성 가슴확대용 식염수 주입 실리콘과달리 유연성과 탄력이 좋은 고체 실리콘을 사용해야 하므로 수술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가슴수술에 대해 개방적이지만 남성들은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 한다"는 의사의 말은 헤라클레스의 마지막 자존심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성을 유혹하는 1차 관문은 대체로 외모다. 그래서 오늘도 남성들은 배에 왕(王)자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인간적인사랑이 커보이기 시작한다. 가슴 수술로는 도저히 채워지지않는 진한 배고픔을 느끼면서 성숙해가는 것이 인간이다. '유방확대' 여성과 '가슴탄력' 남성이 만나 포옹을 하면 그야말로 두 사람 사이에는 온통 실리콘 밸리(?) 천지가 아닌가.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믿는 젊은층에 '가슴으로 사랑하라'는 말은 너무 고전(古典)인가. 미국의 값싼 '루키즘'이 직수입돼 가슴 탄력없다고 이혼당하는 남편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래저래 머리 아픈 세상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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