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는 "한일 양국 교류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월드컵대회의 성공적인 공동개최를 통해 다져진 우호 열기가 지방과 민간교류로 이어져 양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데라다 대사는 오는 25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 재팬 위크(JAPAN WEEK)' 행사에 앞서 매일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21세기 한일 교류는'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와 지방정부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재팬 위크 행사를 뜻깊게 생각한다"며 "대구의 자매도시인 히로시마에 지역 전통문화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위치한 대사 집무실에서 서영관 정치2부장의 질문으로 1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통역은 마츠우라 미에(松浦美枝)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3등 이사관이 맡았다.
-지난 2000년 2월 부임한 후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은 대사부임전 3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 방한할 때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달랐다. 올해는 '한일 국민교류의 해'로 중앙정부, 지방, 민간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월드컵 이후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돌입했다.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 주목할 만한 일은 20대와 30대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들의 마음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한일 양국 교류의 주역은 '월드컵 세대'라고 생각하며 젊은 세대의 상호이해가 깊어졌다는 점이 이번 월드컵 대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본다.
-양국 지역간 교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각 지방단위 또는 민간단위 교류의 폭도 확대되고 있다.
▲ 양국 지방간 교류는 새로운 한일관계 모색에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정부도 지방자치단체간 교류가 활발해야 양국 관계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팬 위크' 기간 동안 어떤 행사가 열리는가.
▲ 주한 일본 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양국간 인적·문화적 교류를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행사기간 동안각종 전시회와 일본의 전통무용, 연극, 뮤지컬, 일본어 변론대회가 열리고 일본전통 악기인 고토(琴)와 서양악기인 플루트를 접합시켜 일본 고유음악을 재현한 연주회도 개최된다. 대구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길 바라며 아울러 대구의 자매도시인 히로시마에 대구지역 전통문화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재팬 위크' 기간중 열리는 '한일 지식인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을 담을 생각인가.
▲월드컵 대회 이후 다져진 양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역동적으로 유지하자는 메시지를 담을 생각이다.
-부임 후 대구를 찾은 적이 있나.
▲2000년 4월 이틀간 대구를 찾았다. 전 주일대사였던 오재희씨가 대구에서 열린 '미즈사키 린타로(水崎林太郞) 추모제'에 꼭 참석하라는 권유에서였다. 미즈사키씨는 20세기 초반 한국에 이주, 농업용수 구축사업을 펼치는 등 농업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대구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과거 반일 감정이 격했을 때도 주민들이 미즈사키씨의 묘를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대구 달성군의 우록리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귀화한 김충선(金忠善·일본명 沙也可)이 정착한 곳으로 400년이 지난 지금도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김충선은 임진왜란이 대의에 어긋난 전쟁이라며 조선에 투항한 인물이다. 대구는 일본과 깊은 인연이 있다.
-일본을 찾는 지역민들의 편의와 한일교류를 늘리는 차원에서 대구에 영사관을 설치할 용의는 없는가. 또 대구공항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노선증설에 나설 의향은 없는가.
▲한국의 3대 도시인 대구에 영사관이 없다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월드컵대회 이후 비자발급이 간소화되고체류기간도 장기화되는 추세다. 일본과 대구간 문화교류는 '재팬 위크'를 계기로 진전되도록 하겠다. 항공노선은 양국의 경제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구-부산-도쿄 노선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가 일본기업을 어떻게 유인하느냐에 달려있다. 일본인 투자가를 대구시가 어떻게끌어 들이느냐에 따라 항공노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대구섬유산업발전 방안인 밀라노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일 양국 섬유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2000년 당시 문희갑 시장으로부터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하드웨어 부문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 제3국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보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은 한·일 양국이 서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디자인과 패션 부분에서 한일 섬유업계가 공동대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이후 남북관계를 전망해 달라.
▲지난달 17일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북·일간 국교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수교협상의 첫째 의제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 문제다. 특히 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에 중요 사안인 만큼 한·일·미 3국간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대사가 방문한 한국의 각 지역중 인상이 남는 곳은.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는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다. 안동이 그런 경우다. 안동에 가면 옛시대로 되돌아갔다는 느낌이 든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난 3월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안동 방문을 권유했으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못 가게 돼아쉽게 생각한다.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대사 주요 약력
▶1938년 11월 도쿄 출생 ▶1961년 외무공무원채용 상급시험합격 ▶1962년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1979년 1월 외무성 국제연합국 경제과장 ▶1987년 외무성 보도·공보담당 ▶1989년 11월 주프랑스 공사 ▶1992년 1월 외무성 중남미국장 ▶1998년 10월 북일국교정상화 교섭 대표 및 KEDO이사회 일본정부 대표 ▶1999년 1월 외교정책 공보담당 ▶2000년 2월 주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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