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패션의 미래

"지구상에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종(種)도 아니고 가장 꾀가 밝은 종(種)도 아니다" 라는 말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표현한 말이다. 즉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이는 특히 섬유산업의 꽃이라는 패션산업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 여겨진다.

이 패션이라는 총합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70년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타 분야에 비해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있는 실정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이라는 거대국가가 패션산업에 투자와 열의가 적어서 일까? 아마 투자와 열의만으로 성과물이 나왔다면 이미 미국은 패션산업에서도 세계를 호령하는 국가로 자리매김을 하였을 것이다.

패션산업은 과학과 예술과 전통이 적절하게 융화되어 나타난 토털산업(Total Industry)으로 이 산업은 그 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와 역사가 기본 인프라를 형성하고 그 위에 투자 및 제반 여건이 동반 수반되어서 탄생하는 체인구조의 독특한 결과물이다.오늘날 '세계 패션을 창조'하는 이탈리아가 그렇고 프랑스는 '미를 창조하는 디자인'으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패션의 역사는 참으로 일천하여 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의 중심축을 이루었던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과 후발국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진 아주 난망한 현실에 놓여있다.

이러한 우리의 처지가 전통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갖지 못해서는 아니다. 단지 패션을 바라보는 눈, 패션에 대한 인식, 관의 잘못된 산업유도 등이 총체적으로연결되어 오늘의 답답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나 문화는 단시간에 4강에 들 수 있는게 아니다.

인스턴트식품이 진정한 일류요리가 될 수 없듯 단시간내 급하게 탄생된 제품으로는 영원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지닌 상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모방없는 창조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만의 것, 전통의 기반위에 첨단을 조화시킨 상품개발만이 세계시장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새로 인식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의 승부처인 패션산업을 육성시키는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양대교수·디지털 패션디자인학과 전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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