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월 남북관계 기상도

새달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정세 기상도는 '쌀쌀한 가운데 대체로 맑음'을 주조로 그려질 전망이다.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남북간 교류.협력 진도는 11월 중에도 상승곡선을 보이며 관계개선 분위기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상공과 주변 기상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의 선(先) 북핵 프로그램 포기 요구와 북한의 대미 불가침조약 체결 주장이 맞물려 정면대치 기류도 나타나고 있지만 일단 폭풍이 불 듯하던 큰 고비를 넘기고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합의.천명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경제 지원' 원칙에 힘입어 2, 3개월 후면 북핵문제 해결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로서도 팽팽하게 긴장된 북미, 북일관계와 관계없이 대화를 통한 남북간 교류.협력이 예정대로 지속돼 가는 양상이다.

일단 이달 말 금강산에서 상설면회소 설치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잡혀있고 평양에서는 개성공단 건설 실무협의회 제1차회의, 임진강 공동 수해방지대책실무협의회 제2차회의 등의 대화채널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동된다.

새달에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6~9일) 제3차 회의와 해운.통행합의서 채택을 위한 실무접촉이 역시 평양 등 북측 지역에서 예정돼 있고 임진강 수방 현지조사도 곧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협력사업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동해선 임시도로 개통과 금강산특구 지정 및 개성공업지구법 발표.

지난 8월말 경협위 2차 서울회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 18일 착공된 1.5㎞의 동해선 임시도로는 새달 중 개통돼, 금강산 관광객들을 실어나를 차량이 14.2㎞의 본 도로 완공 전까지 비무장지대를 관통해 남북 분단의 현장을 육로로 넘나들게 된다.

더욱이 북측이 새달 중순께 금강산 지역을 특구로 지정하고, 개성공단 개발사업착수에 앞서 기본 전제조건인 개성공업지구법도 발표할 것이 확실해 남북간 대형 협력 사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단 남북관계 기상도는 11월중 '대체로 맑음'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줄다리기와 신경전이 본격화될 경우 그 쌀쌀한 냉기류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핵 외의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는 소수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27일 APEC 한미일 정상회담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재작년 제주회담 이후 대기상태로 들어간 제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전쟁 직전 상황까지 끌고간 '1993년 북핵위기' 때 같았으면 폭풍전야를 예고할 수도 있는 이번 '북핵파문' 와중에서 남북은 기왕의 합의일정에 거의 차질없이, 오히려 종전보다 교류.협력사업을 더욱 다각화.활성화해 나가는 모습이 사뭇 대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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