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학교를 되찾자

두 자릿수 덧셈이나 뺄셈을 못하는 중학 신입생이 전체 신입생의 3.5%였고 간단한 분수 계산을 못하는 고교 신입생은 11.3%나 됐다. 대구시 교육청이 올 3월 실시한 학력고사 결과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해마다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런 학습 부진 현상이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대는 지난 1학기동안 681명을 학사 경고했고 이중 6명은 4차례 학사 경고로 제명했다. 서울대가 이지경인데야 다른 대학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대입 수능시험이 이제 정확히 1주일 남았다. 출제위원회에서는 올 수능을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진학지도 교사들이나 수험생들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수능 시험은 쉽게 출제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원인으로 쉬운 수능에 혐의를 두는 교육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객관식인 수능이 그나마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문제에 단답형 주관식을 첨가하고 듣기 시험에다 최근엔 통합교과형 문제를 출제하는 등 수능 시험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아니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결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음을 해마다 학력부진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합교과형이 사고의 폭을 넓혔다고는 하나 사고의 깊이를 심화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진단도 있다. 수능이 학습 능력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시험 요령을 익히는 훈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이에 대해 중고교 장학담당자들은 "쉬운 수능 시험 만큼이나 고입 선발고사가 폐지된 것도 중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중학 내신 성적만으로 고교에 입학하게 되고 중학에서도 학생들을 자극하고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실력 저하의 이유라는 변명이다. 그래서 공부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들 모두가 공부를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러는 고교 선발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는 현장 교사들이 있는가 하면 우열반 편성 등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는 학교에는 책임이 없는가. 일선 교사들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조기교육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벌써 우열이 시작되고 그 간극이 사교육 등 환경의 영향으로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커진데는 학교의 무성의와 방치도 한 몫을 했다는 자성론이 교육계 내부에서부터 일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선 학교에서 조장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학교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한 교실에서 40명 정도의 학생을 상대로 개별 학습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규수업 이외의 많은 시간을 '공부' 이외에 학생들의 소질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는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학생들 마다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 주는 것이 학교 교육의 의무중 하나라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사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 된다.

공부로 승부를 걸 수 없는 학생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학교는 모두를 한 교실에 가둬두고 '공부'만 시켜왔다. 그것이 학교로서는 가장 쉬운 교육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학교 스스로 벗어야 한다. 세상의 변화를 학교도 수용해야 한다.

수능 1주일 앞두고 다시 한번 우리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교육전문가들께서는 참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우리 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는 교육 정책을 내 놓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학교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이 모두 포기하는 그런 학교 교육이어서는 곤란하다.

이경우(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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