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장관이나 고위공직자를 호통칠 때 자주 쓰는 말이 "거짓말 하지 말라"다. 금방 들통날 뻔한 일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지말라고 한다. 그럼 장관이나 고급공무원을 '거짓말쟁이'로 질책하는 국회의원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3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통합 21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각각 상대당의 거짓말을 성토하는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은 '정몽준 의원측 거짓말 너무 심하다'는 제목으로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과 관련)정 후보측이 뒤집어씌우기식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공작정치로 반박해 온 민주당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정형근 의원의 '도청자료 운운'이 거짓말로 밝혀지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거짓을 공격했다. 나아가 "휴대전화를 대여섯개 가지고 다닌다며 정 의원의 도청발언을 부채질하고 국민불안을 증폭시킨 이회창 후보는 국민앞에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아니면 말고'식 난무
국민통합 21도 붉은악마 모간부에 대한 협박설과 전 현대증권 사장의 폭로와 관련 한나라당을 "공작정치 선수들의 집합소"라며 "어둠속에서 경쟁자의 뒤통수를 치는 비겁한 행위를 그만두라"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거짓말 하지말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거짓말 공방을 벌일 때면 양당은 서로 상대당의 해명에대해 이렇게 꼬집는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어떻게 그런 말을 믿어달라고 하느냐". 정 후보가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하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믿을 걸 믿어달라고 하라"고 비아냥댔고 민주당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명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권 5년의 대부분 기간 여야의 '거짓말 말라'는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게이트'는 결국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싸움이었다. 상대당의 말은 일단 거짓말로 여기다 보니 정당 지도자의 입에서조차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거짓말쟁이"라며 서로 싸워 온 여야는 "유권자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책략"이라는, 유권자를 우롱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기도 하고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면 "언론이 부채질한 책임이 크다"고 비켜가려고 한다.
◈'거짓말쟁이들'의 후보
대선출마를 선언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대통령의 덕목으로 겸손을 꼽았다. "오만한 지도자의 독선은 결국 국민을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다"며 남의 말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을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대통령은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후보중에서 나올 확률이 높고 세 후보를 내세운 정당은 서로를 거짓말쟁이로 여긴다.
이들의 말을 바탕으로 보면 유권자들은 결국 '거짓말쟁이들이 후보로 내세운' 그리하여 '대통령이 되면 거짓말쟁이들에게 둘러싸일' 후보중에서 대통령을 가리는 슬픈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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