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초겨울 돌연사의 덫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 평소 건강해 보이던 이웃이나 친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만큼 황망스러울 때가 없다. 특히 친한 사람일수록 인생무상을 느끼고 충격으로 우울증까지 보이는 일도 있다. 흔히 심장마비로 일컬어지는 돌연사는 화약고에 비유된다.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결함이 '화약'이 되고 내적, 외적 스트레스가 '불씨' 역할을 맡아 심장마비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이 흥분하거나 분노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 허혈을 일으키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도 혈관이 쉽게 수축돼 심장마비를 일으킬수도 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때 브라질이 우루과이에 1대2로 패하자 브라질 관중 4명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고 69명이 졸도한것도 흥분, 분노 탓이다. 이같이 심장마비는 경기장이나 길거리 혹은 집에서 예기치 않게 찾아 오는 죽음의 덫이다.

▲일반적으로 심장 발작이 시작되면 많은 경우 사망에 이른다. 심장 발작후 1분이내 심폐 소생술등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80% 이상 이지만 10분만 지나도 성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심장 마비후 4분이 지나면 체내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이 오기 때문이다. 돌연사는 그 원인을 줄여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응급 소생술을 실시하는등 신속한 사후 처치도 중요하다.

▲최근 연세대 원주의대팀이 91년부터 심장마비로 병원을 찾은 943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4분내에 해야할 심폐소생술을 평균 40분 걸려서야 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이 시간을 지체하는 통에 국내 심장마비 발생 환자의 생존율은 0.8-6.8%에 머물고 있으며 뇌 손상 없이 완치돼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경우는 생존자의 2.5%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유럽등의 생존율 10~25%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결국 살릴 수 있는 많은 심장마비 환자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집이나 길거리 등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분,초를 다퉈 심폐 소생술과 제세동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장마비 목격자는 물론 구급대원들까지 이송과정에서 이같은 처치는 거의 못하고 있다. 조사 결과 목격자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한 경험은 3.4%, 구급대원은 10% 미만에 그쳤다는 것이다. 더구나 앰뷸런스내에 자동 제세동기를 설치 한 것은 39% 미만이고 이마저 거의 사용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40-50대, 특히 여자보다 남자들이여 초겨울을 조심하자. 겨울이 오기전에 한번쯤 심장기능도 체크하고 심폐소생술등 응급처치 요령이라도 배워 두자.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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