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앞 '멈춘 공사장'…대구 장기 미착공·중단 사업장 33곳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수성초 맞은편 건설현장 수년째 미착공 방치…유치권 분쟁에 정비 차질
대구 3년 이상 미착공 27곳·공사중단 6곳…"공사비·금융비용 늘며 악순환"

대구 수성구 상동 수성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미착공 공동주택 건설 부지. 신중언 기자
대구 수성구 상동 수성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미착공 공동주택 건설 부지. 신중언 기자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상동 수성초등학교 맞은편 기울어진 공사장 가림막 사이로 초등학생들이 지나갔다. 학교 정문과 약 10m 떨어진 곳이지만 현장 정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가림막 곳곳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주변에는 쓰레기와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방치돼 있었다.

가림막 너머로는 수년째 손길이 닿지 않은 현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잡목과 수풀이 사람 키 높이까지 자랐고, 철거 뒤 남은 지하 구조물에는 빗물이 고여 커다란 웅덩이가 형성돼 안전사고 위험도 우려됐다.

◆학교 앞 공사장, 유치권 분쟁 수년째 방치

수성초교 바로 앞 공동주택 건설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학생 안전과 위생을 우려하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주체와 유치권을 주장하는 업체 간 분쟁으로 현장 정비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교 앞 사업장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수성구에 따르면 상동 159-1번지 일원 1만5천906㎡에는 지하 2층·지상 20층, 5개 동, 316가구 규모 아파트가 계획돼 있다. 2022년 1월 대구시로부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사업주체는 지난해 6월 지역의 한 시행사에서 중견 건설사인 A사로 변경됐다. 그러나 기존 시행사와 철거공사업체 사이의 공사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해당 업체가 현장을 점유한 채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A사는 기존 시행사의 관련 채무를 인수해 사업을 넘겨받았지만 철거업체가 미지급 공사대금에 더해 현장 관리비와 자재비, 물가 상승분 등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인정하는 금액의 차이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기존 시행사와 계약했던 철거업체가 공사대금이 남았다며 현장을 점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인정하는 금액과 업체가 요구하는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소송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치권 갈등에 주민 민원이 이어져도 현장 정비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성구와 대구시는 A사와 유치권 주장 업체를 잇달아 불러 정비 방안을 협의했지만 부지 출입을 둘러싼 이견으로 가림막 보수와 방역 등이 지연됐다. 이후 양측은 가림막 밖 수목 정리와 부지 내 고인 물을 빼는 작업에는 합의했고, A사는 일부 양수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올해 5월부터 악취와 모기 등 해충 발생, 노후 가림막 안전 문제, 학생들의 공사장 접근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졌다.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있는 가림막 옆으로 한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신중언 기자

수성초교 학부모들은 수년째 방치된 공사장이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공사장 주변을 드나들고 중학생들이 안으로 들어가 흡연하는 일도 있어 지구대에 순찰을 요청했다"며 "가뜩이나 불법 주정차가 많아 안전한 통학로도 없는데, 강풍에 기울어진 가림막이 넘어질까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도 조속한 안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민 수성구의원은 "유치권이나 사업자 간 분쟁은 어른들의 문제"라며 "공사가 언제 재개되느냐를 떠나 학생들을 위한 가림막 보강과 방역 등 안전한 통학 환경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서 33곳…7곳 학교 반경 500m 내

이처럼 사업 승인을 받고도 장기간 첫 삽을 뜨지 못하거나 착공 뒤 공사가 멈춘 주택사업장이 대구에만 3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불어나면서 사업 재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사업계획 승인 후 3년 이상 미착공 상태인 300가구 이상 주택사업장은 27곳이다. 착공 이후 3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도 6곳으로, 장기 미착공·공사중단 현장은 모두 33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경 500m 안에 학교가 있는 곳은 7곳이다.

27개 미착공 사업장에 계획된 주택은 모두 1만6천77가구다. 달서구가 8곳(5천102가구)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 5곳(4천19가구), 중구 4곳(2천151가구), 남구 3곳(1천756가구), 수성구 4곳(1천628가구), 동구 2곳(1천85가구), 서구 1곳(336가구) 순이었다.

승인 이후 가장 오랫동안 착공하지 못한 곳은 수성구 범어동 50-2번지 일원 302가구 주거복합사업이다. 2021년 5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5년 넘게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전체 27곳 가운데 19곳은 승인 후 4년 이상, 7곳은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상태다.

착공한 뒤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 현장도 6곳이다. 가장 오래된 동구 용계동 공동주택 사업은 2015년 4월 착공한 뒤 11년 넘게 골조공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나머지 5곳도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가량 공사가 멈춰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낮아진 분양성과 공사비·금융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장기 미착공 사업장이 쉽게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홍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장은 "사업계획을 모두 마련해도 실제 분양에 들어갔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착공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그 사이 공사비가 오르고 토지 매입에 투입된 자금의 금융비용까지 계속 누적되면서 사업성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수년 동안 착공하지 못한 부지는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성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신탁사·시공사가 사업을 넘겨받아 장기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현장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김민석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과반 승리를 거두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김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서해의 갯벌에서 야간 해루질을 하던 53세 A씨가 실종된 지 약 10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발견자는 바지락을 캐던 어민으로 확인됐...
15일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으나 직접 참배하지 않았고, 일본 방위상 고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