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배농협 60억원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달서경찰서는 범인들이 은행에서 빼낸 39억5천300만원 중 일부 수표까지 전액 현금으로 다시 바꿔 챙겨 간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또 월성지소장 구자강씨가 최소 3억~4억원의 빚때문에 고민했음이 드러나 사채놀이를 하던 범죄조직이 구씨를 협박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조직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현금이 인출된 수도권 4개 은행 9개 지점으로부터 CCTV 테이프를 받아 조사한 결과 돈을 인출한 공범은 김홍기(29.강릉) 권오성(29.강릉) 박훈식(35.서울) 최진식(40.광명)씨 등 4명이며, 범인들은 40억원 상당의 현금을 모두 라면상자에 나눠 담은 것으로 확인했다.
그 중 김씨는 농협 구씨가 돈을 이체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8일 낮 12시44분 ㄱ은행 서울 홍재역지점에서 현금 4억5천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권씨는 함께 그랜저 렌터카를 타고 나머지 서울시내 3개 은행을 돌며 입금 10분 이내에 총 18억5천만원을 찾았다. 최씨는 돈이 재이체된 지 40여분 뒤(오후 1시26분) 9억여원을 빼냈으며, 가장 늦게 돈을 빼낸 박씨가 10억원을 챙긴 것도 2시간 이내였음이 밝혀졌다.
경찰은 국내 금융범죄 사상 39억5천3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이 몽땅 현금으로 인출된 것은 처음이며, 라면상자 한 개에는 현금 2억5천~3억원 정도가 들어가 범인들이 13~16개의 라면상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현금상자는 범행에 사용된 9인승 스타렉스에 실려 이동됐을 가능성이 커 경찰은 렌터카를 전국에 수배했다.
그러나 김씨.권씨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것 외에는 범인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아 달서서 김광년 수사과장은 "일정규모 이상의 범죄조직 개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월성지소장 구자강(46)씨가 3억~4억원의 빚때문에 고민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백영기 수사2계장은 "구씨가 주식.도박 등 때문에 사채를 빌려 쓰다 업자들로부터 빚 독촉이나 협박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결과 구씨는 친인척 명의로 3천~4천만원씩 총 2억8천만원을 농협에서 대출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구씨가 사건 당일 친구 3, 4명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한편 범인들의 외국 도피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져 경찰 수사가 벽에 부딪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그 가능성을 감지하고 사건 당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현재까지는 본인들 명의의 출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위조여권을 사용했을 경우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경찰은 2일 공범 4명의 사진이 든 전단 3천장을 찍어 전국 경찰에 배포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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