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高3은 선택, 再修는 필수(?)'

2003학년도 대입 수능 성적이 우려했던 대로 가장 어려웠던 지난해보다도 낮았으며, 재수생의 성적이 재학생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의 '물수능', 지난해의 '불수능'에 이어 또다시 난이도 조절에 실패, '재수생 돌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3 교실이 우와좌왕하는 등 수험생과 진학 지도에 충격과 혼란을 주고 있다. 해마다 수능 자체의 충격에다 입시 지도 혼선까지 반복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는 더구나 상위권의 하락 폭이 크고, 지난해와 같이 성적만 알려주고 전체 석차와 5개 영역별 누가분포에 따른 석차를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능 반영 형식의 변화와 총점에 의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능의 특성과 무게에 비추어 이를 공개해야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안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재수생 초강세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년제 대학 지원이 가능한 상위 50%의 경우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인문계는 13.4점, 자연계는 20.8점이나 높게 나타났다. '재수는 필수'로 '고4'라는 잘못된 관행이 고착화될까 심히 우려된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선 고교에선 이미 재수 지망생이 속출, 고교 편제가 사설 학원 1년을 보태 4년제로 둔갑할 판이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재수생에게 밀려 대입에 탈락한 재학생들이 재수의 길을 택한다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과외 망국병'이 덧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교육 정책과 공교육 붕괴에 따른 학력 저하가 '고4' 현상을 부르고 있는 셈이지만, 학교 수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만 한다. 올해 수능이 재학생에게 불리했던 원인은 문제가 학원식 심화학습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수능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 유지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입 구조는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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