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없어져야 할 공모전(중)

미술.서예인들이 모여 새로 단체를 결성할 경우 맨먼저 하는 일은? 공모전(公募展.누구나 혹은 특정 자격을 가진 이들이 작품을 출품해 공개적으로 실력을 겨루는 행사)을 만드는 일이다.

그들은 단체결성에 비리 타파, 새 풍토 정착 같은 혁명적인 취지를 앞세우지만, 초점은 공모전에 맞춰져 있다. 공모전이 그 단체에 권위를 부여하고 세력확장(?)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후 공모전을 제대로 운영하는 단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자기네끼리 싸우다가 특정파벌만 참가하는 반쪽 공모전이 되거나, 참가자의 출품비에 목숨거는공모전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때문인지 전국에 무슨 대전, 무슨 대회라는 이름의 공모전이 난립, 갖가지 부작용을 빚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규모로 경북에서 열리는 한 공모전. 심사위원의 제자가 대상을 받는가 하면 심사위원.운영위원 등과관련된 출품자들이 상을 나눠가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양화의 경우 지역 특정학교 출신이 출품자의 절반이상인데다 큰 상을 독식하는 등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화가들은 참가조차 않는 '특정학교를 위한 대학생 공모전'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문화관광부, 시, 경북도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관전(官展)'성격이 강한데도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한 화가는 "공모전을 운영하는 이들의 소명의식도 문제지만, 이같은 행사에 국민세금을 지원하는 공무원들의 사고가 더큰 문제"라고 흥분했다.

그래도 심사문제만 불거지는 것은 나은 편에 속한다면….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한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 미술인의 얘기."공모요강에 대상 수상자에게 상금 200만원을 준다고 해놓고 정작 시상식에는 빈 봉투만 덜렁 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봉투에'협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글만 턱 써놓은채 말이죠".

저질 공모전이 난립하는 것은 수많은 그림.서예 동호인들은 공모전 입상경력을 달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로 인해 입상을 미끼로 수강생들에게 몇백만원씩 받아 챙겨 달아나는 사기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아마추어들이 훈장을 주렁주렁 달았다고 해서 프로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공모전 경력은 실력과상관없다는걸 아는가, 모르는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