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순이 "밤이면 밤마다" 기로 노래하죠

지난달 28일 '대구 KBS 방송국 개관기념 콘서트'가 열린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오후 4시에 잡힌 인순이와의 인터뷰는 당초보다 2시간 뒤에야 성사됐다.

그 유명한 스타크래프트 밴(?)을 타고 인근 모텔에서 휴식중이라는 인순이를 만나러 갔다. 분장중이던 인순이는 쾌활하게 기자를 환영했다. 불혹을 지나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야 할 인순이는 젊었다. 서글서글하고 시원시원했다.

노래방 메가히트송 '밤이면 밤마다' 말고는 잘 알려진 히트곡이 없는 인순이(본명 김인순)가 20년(그녀는 1978년 '실버들'로 데뷔했다) 넘게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히트곡이 많았다면 오래 가지 못했을 거예요. 맨날 그 곡만 부르게 되잖아요. 전 가는 곳마다 그 곳의 관객에 맞춘 노래를 미리 정하죠. 하지만 '우리 시절' 노래도 꼭 불러요. 젊은이들 취향에만 아부하는 건 싫거든요". '남의 노래를 주로 부르는 가수'가 장수하는 데는 역시 '열심'만한 것이 없다.

'느낌이 강한 가수'라는 자평(自評)이상으로 인순이는 국내가수중에 무대가 좁아 보이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지닌 몇 안되는 가수다."노래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과 기를 주고받아요.

관객들의 환호, 그들이 발산하는 기에 마취되어가는 것 같아요".그녀는 올해 초 미국 LA에서 8개월간 재즈 공부를 하고 왔다. 대중가수가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앞으로 25년 더 사랑받으려면반찬을 더 다르게 해야지 않겠어요(웃음). 재즈는 감성, 주름, 연륜으로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어요". 외유성 유학으로 오해받기 싫어 그 동안의 성과를 담은 재즈 앨범도 12월 말에 낼 예정.

세간에 알려진 이상으로 그녀가 낸 앨범수는 많다. 지난해 'MY TURN'은 인순이 15집 앨범. "이제 정말 MY TURN(내 차례) 아닐까요.세월묻은 사람들의 노래를 부를 때가 된 거 같아요".

그녀는 바쁘다. 올 한해 통틀어 닷새쯤 쉬었다고 했다. 대학축제, 방송프로그램들도 있지만 '밤무대'가 많다. 밤무대 가수라고 하면 기분 나쁘려나. "그렇게 생각하는 가수가 잘못된 거예요. 제 팬들이 비싼 돈내고 디너쇼를 자주 오시겠어요?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따라 불러주고 환호해주는사람들이 저를 키워준 분들이죠.

밤무대 가수란 명칭을 부끄러워한다면 저를 보러 그곳을 찾아주는 팬들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과 같잖아요?".맞다. 대중가수는 노래하는 장소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딸 세인이(9)를 출산했을 때 머리가 곱슬이 아닌 걸 확인하고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슬쩍 '힘든 과거지사'를 꺼냈다가 아차 싶었다. "가슴 아팠던 얘기는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며 "힘들게 지낸 과거를 또 들춰내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도 본인(인순이)에게도 식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

후배가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립싱크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할 수 있지만 팬들은 언젠가 그 가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할 거다, 그때 냉정한 팬들을 놓치지 않을 준비를 하라고."그런데 기자분, 제 나이는 좀 빼주세요. 나 아직도 미니스커트, 가죽바지 입고 무대에 서고 싶다구".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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