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신 지역주의 유감

"지역주의 청산은 한나라당과 영남의 고리를 끊고 호남과 민주당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일 열린 TV합동토론에서 이처럼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선이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지역감정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키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의 '반DJ정서'를 이용, 노 후보와 김대중 대통령을 연결시키는데 골몰하고 있는 반면, 노 후보는 '부산의 아들'이라며부산정서에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가 부산지역 유세를 통해 "부산의 자존심을 세우자"며 부산정서를 자극하고 나서자 민주당 노 후보는 "처갓집에서 좀 사랑받는다고본가에서 미워할 수 있느냐"며 "부산이 찍어주면 대선은 끝난다"라며 자신을 밀어줄 것을 호소했다.

노 후보는 "사자는 새끼들을 절벽에서 밀어 살아올라오는 강한 놈만 키운다"며 아예 '새끼사자론'을 내세우면서 부산에서 세번이나 떨어진 자신을'절벽에서 살아돌아온 새끼사자'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후보는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부산에 오는 것은 좋은데 지역감정을 부추기지말고 정책을 갖고 오라"고 비난했다. 자신은 "퇴임하면고향에 내려가서 살겠다"는 등 지역정서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상대후보의 지역접근은 지역감정 악용으로 몰아붙인 셈이다.

이·노 후보는 경쟁적으로 부산방문에 나서고 있다. 노 후보가 부산에 가면 이 후보도 서둘러 부산에 가고 거꾸로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부산에상주하겠다고 하자 노후보 부인 권양숙씨도 노풍을 지키겠다며 부산을 찾고 있다. 부산·경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선거운동은 뒷전으로 밀렸다.

서로를 '지역감정 조장자'라고 비난하는데는 양당도 열심이다. 한나라당이 "노 후보가 자칭 '부산의 아들'이라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지만 실상은 단일후계자로서 '목포의 데릴사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자 민주당은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이회창식 낡은 정치는 국민에 의해 청산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이다.한나라당의 지역주의에 맞선 노 후보의 신지역주의. 영호남지역 유권자들이 이같은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는 선택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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