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인열 사회2부-반미와 LA갈비

'SOFA와 LA갈비, 그리고 코카콜라'.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를 둘러싸고 전국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요즘 경북 농정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서글픔을 느끼고 있다. 미국농산물, 특히 LA갈비로 대표되는 수입 쇠고기가 전국 1위를 자랑하는 경북한우를 벼랑끝으로 몰아내며 농민 목줄을 죄는데도 국민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기 때문.

미국은 10여년전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체결과 세계무역기구(WTO) 및 뉴라운드 출범에 앞장서 사전 준비가 없었던 한국 농업기반을 붕괴시킨 주도국가다. 다른 나라들에게는 농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줄이도록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오히려 농업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아 미래에 예상되는 식량전쟁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입김이 잘 먹히는(?) 국가일수록 농업의 위기가 강 건너 불이 되고 있고 이런 관계로 농도(農道)인 경북지역의 경우 한우를 비롯, 각종 농업분야가 지금 붕괴직전으로 내몰리는 등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코카콜라가 국내시장 진출시 전국을 몇개의 사업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사업권을 주는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의 지역적 정서를 백분활용, 부동의 위치를 차지한 것처럼 지금은 강력한 쇠고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카콜라가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듯 LA갈비도 유명인사를 내세운 홍보전을 통해 젊은 주부층을 중심으로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6만5천t이었던 수입 쇠고기는 올 11월말 현재 26만5천t이 넘었다.

'반미 시위를 하고난뒤 목이 말라 코카콜라를 마셨고 시위하다 보니 배고파 LA갈비를 뜯었다'는 식의 자조(自嘲)적 목소리는 우리의 이중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반미속에 늘어나는 미국산 농산물 소비. 알다가 모를 일이다.

oxe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