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단지 소음 위험수위

'부릉부릉, 멍멍, 야옹, 끼기기깅...' 아파트 단지가 시끄럽다. 아래 위층에서 밤낮 없이 러닝머신이 돌아가고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은 쉴새 없이 울어대고 주차장을 넘쳐나는 머플러 소음기를 떼낸 이른바 튜닝(tuning) 차량의 엔진소음까지 겹쳐 난장판을 방불케하고 있다.

갖가지 소음을 참다 못한 이웃끼리 멱살잡이가 다반사로 벌어지면서 주거 공동체라는 아파트의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파트 7층에 사는 김모(47·포항시 용흥동)씨네는 최근 바로 위층집 식구들과 한바탕 다툼을 벌인 끝에 교분을 끊어 버렸다. 위층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러닝머신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기계소음 때문에 아래층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게 김씨네의 주장이다.

홈쇼핑을 통해 확산되는 러닝머신은 교대근무자가 많아 밤낮 구분이 어려운 포항에서는 동네를 불문하고 같은 통로를 사용하는 이웃간 다툼의 원흉으로 지목받을 정도.

또 포항시 학잠동 한 아파트에 사는 윤모(53)씨는 "밤만되면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 하소연했다. 같은 통로의 이웃이 키우는 애완용 고양이가 범인인데 견디다 못한 윤씨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포항시 이동지구와 용흥동, 장성동 대단위 아파트에서는 머플러 소음기를 떼 내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불법개조 승용차주와 일부 주민간 숨바꼭질이 벌써 몇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배달용 오토바이와 원격시동 장난감의 굉음 등이 뒤섞이면서 대단위 아파트의 대부분이 주거환경 '0점'의 소음백화점으로 전락했다.

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근무하는 이태영(48)씨는 "러닝머신을 사용하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을 찾아 달라는 요구가 전체 민원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생활 20여년째인 김상조(59·용흥동)씨는 "최근 강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파트라는 구조의 특성상 건설단계부터 방음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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